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분기별 연속 최고 순이익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두 기업은 IB(투자금융) 부문에서 순이익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매매 위주의 기존 증권업계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면서 증시 변동성에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IB사업이 최근 증권업계 수익에 비중이 커지면서 리테일 위주의 키움증권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분기 PI(자기자본 투자) 부문의 부진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IB부문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올해 상반기 실적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408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2878억원)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상반기 2872억원으로 전년 동기(2123억원) 보다 35.23% 늘어났다. 두 회사는 여러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냈으나 IB분야에서 가장 괄목한 실적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 수익은 9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421억원) 대비 34.4% 감소했으나 IB부문은 전년 동기(904억원) 55.2% 늘어난 140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운용 부문도 전년 동기(3321억원) 대비 46.6% 증가한 486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기업금융 부문 수수료수익은 약 1137억원으로 전년 상반기(861억원) 대비 32.05% 늘어났다. 게다가 기업금융과 연결된 금융수지도 전년동기 대비 122.4% 늘어난 894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메리츠종금은 최근 리테일본부를 설립하는 등 사업 다변화에도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로 IB맨들의 연봉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김용식 상무(프로젝트금융1본부장)과 방창진 상무보(부동산 금융부문)는 올해 상반기 각각 12억2627만원 12억2627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 내 부동산금융 스페셜리스트도 15억원이 넘는 상반기 연봉(급여와 상여금 포함)을 받았다. 여은석 전무(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 이세훈 전무(IB사업본부장)는 각각 15억6358만원, 15억973만원을 받았다.
증권업계 내 IB부문 비중이 커지면서 리테일 위주 수익 구조를 가진 증권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2118억원으로 전년 상반기(1667억원) 대비 27.05% 증가했다. 주력 수익 사업이었던 리테일 부문 영업이익 1046억으로 전년 상반기(1163억원) 10.06% 감소했다.
반면 IB부문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전년동기(211억원) 대비 약 79.14% 급증했다. 온라인 증권사의 한계를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키움증권은 올해 오피스 개발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유동화증권 금융주선에 참여했다. 키움증권은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수원 인계동 섹션오피스 신축사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맡았다. 키움증권은 SPC를 통해 300억원의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시행사(원진개발) 대출채권을 대신 조달한다. 또한 키움자산운용이 관리운용하는 사사모펀드 ‘키움인프라코어Debt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에 대한 유동화증권을 맡았다.
IB사업의 강화로 프로젝트금융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김기만 이사부장(프로젝트금융팀)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의 사업 기여를 인정받아 김익래 회장(5억9494만원) 다음으로 높은 상반기 연봉(5억6356만원)을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줄어들고 증시가 침체되면서 증권사들의 IB사업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WM(자산관리) 강자 삼성증권도 지난 2017년부터 내부에서 IB사업의 필요성으로 PF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