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병원 등 집단시설에서의 잠복결핵 조기 검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핵 전문가들은 결핵이 좀처럼 퇴치되지 않고 있는 감염병인만큼 국가 차원의 선제적 예방이 결핵 발병률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관련 정책을 실행해오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보완은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제2기 결핵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9월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 유행 조기종식을 결의하자, 올해 5월에는 ▲사전예방 ▲조기발견 ▲환자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더 강화된 범정부 ‘결핵 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결핵 취약 계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육 시설 종사자 및 감염 노출 가능성이 높은 의료계 종사자 등 집단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잠복 결핵 집단시설 종사자 검진 의무 대상의 경우, 기존 산후조리원,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아동복지시설, 의료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교정시설 재소자, 기숙학원 종사자, 신생아 및 어린이 대상 돌봄서비스 제공자, 방과 후 교사, 간병인 등으로 확대를 검토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고시를 통해 결핵 환자의 간호 및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해 매년 잠복 결핵 감염 검진 실시 대상 의료기관 종사자로 포함할 것을 예고했다.
문제는 기준의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선 검진 의무 대상 확대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적지 않다. 가령 간병인의 경우, 이들을 의료기관 종사자로 보고 해당 의료기관의 장이 결핵 및 잠복 결핵 감염 검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유권 해석한다면, 환자 및 보호자가 개별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에 대해서도 해당 기관장의 지휘 하에 있는 간접고용인으로 보고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이 같은 고용 형태에 따른 의료종사자 여부의 불명확성 문제, 교내 불명확한 결핵 검진 기준, 미비한 시스템 등의 문제로 여전히 실효성 있는 검진이 요원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 주도의 ‘결핵 안심 국가사업’ 등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함께, 명징한 검사 기준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계획 하에 동일 검사 툴 등으로 일관성 있는 검사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말이다. 관련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효과적 잠복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코자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GRA) 검사법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에서 권고하고 정확도와 안전성이 확인된 퀀티페론(QuantiFERON)을 국가검진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결핵 전문가들은 잠복결핵의 선제적 예방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잠복결핵을 제대로 관리해야 결핵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소관부처가 결핵 퇴치를 위한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잠복 결핵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검진 대상을 확대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실행해오고 있지만, 구체적 기준 모호 및 시스템 미비가 여전해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지 못한 실정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