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마세요.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청와대에서는 목을 치고 싶으니, 이제부터 목 치는 데 필요한 여건의 정지작업을 당정에서 해달라는 주문입니다. 추미애, 홍익표, 이재정.... 이 분들, 제 멋대로 입을 놀릴 주제가 못 됩니다. 다 조율된 거라 봐요. 아니나 다를까? 총리도 나섰네요. 청와대에서 나가라고 하면 모양 빠지니까, 옆에서 대신 ‘분위기 파악하고 알아서 나가’라고 신호를 주는 거죠. 저렇게 당정청이 전방위적으로 방해하는 걸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수사를 중단시켜야 할 무슨 사정이 있나 봅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이 사람들, 윤석열 총장도 마저 내보낼 모양입니다. ‘항명’ 어쩌구하며 윤석열을 자를 명분을 쌓는 중입니다. 아마 친여 어용 언론 동원해서 한 동안 '항명' 프레임을 깔아놓으려 하겠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윤석열을 그때 부드럽게 내보내겠다, 이런 생각이죠. 유시민씨 또 바빠지겠네요. 아무튼 저렇게 당정청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소란을 부리는 것은 결국 울산시장 선거개입이 VIP 관심사업이었음을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됩니다. 아랫 선에서 꼬리가 잘 잘라지지 않나 보죠. 이거, 이번엔 그냥 넘어간다 해도 어차피 언젠가 크게 문제 됩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 당신이 국민의 명을 거역한 겁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건 당신들입니다. 바로 당신들이 도둑이에요”라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구호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관련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 결과 합리적 토론으로 바람직한 검찰의 상을 함께 만들기보다는 감정적 선동으로 검찰의 힘을 뻬는 게 곧 ‘개혁’이라는 해괴한 등식에 사로잡힌 겁니다. 이 선동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는 금태섭 의원의 ‘반론’은 곧바로 이적행위로 간주되었죠. 저 개인적으로 공수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검찰개혁은 물 건너갔거든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권력이 비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그보다 더 비대한 권력이 있다는 거죠. 바로 대통령 권력입니다. 대한민국만큼 대통령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오죽 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라 부르겠습니까? 사실 문제가 되는 검찰의 권력남용도 실은 대통령 권력의 비대함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산 권력에는 무딘 칼을 대면서 유독 죽은 권력에만 예리한 칼날을 들이대는’ 검찰의 행태는 막강한 대통령 권력과의 유착 속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대표적인 예가 우병우로 상징되는 전 정권의 검찰이었죠. 윤석열 검찰도 죽은 권력에는 사정 없이 칼을 댔습니다. 전직 대통령 둘을 감옥 보냈죠. 오래 전부터 ‘특수부가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조국 민정수석 시절의 청와대는 ‘적폐청산’ 한다며 외려 특수부를 강화시켰습니다. 당시에도 검찰은 피의사실을 줄줄이 흘렸고, 언론은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까지 보도했죠. 근데 당시 이 관행을 문제 삼은 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의 이 많은 인권투사들은 대체 어디서 생겨난 거죠?”라며 “그래도 윤석열 총장이 우병우와 다른 점은 ‘산 권력에도 칼을 댔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대통령 본인이 직접 당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칼을 대는 것을 허용하는 것. 저는 그 점을 외려 과거의 정권과는 다른 이 정권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도 별 수 없더군요. 결국 윤총장이 쥔 칼을 빼앗고, 대신 친문 등 긁개를 쥐어줬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항명’ 프레이밍을 걸어 노골적으로 총장을 내치려 하고 있죠”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요체가 바로 ‘산 권력에는 무딘 칼을 대며 유독 죽은 권력에만 예리한 칼을 들이대는’ 행태를 바로 잡는 것이었는데, 결국 문재인 정권은 그 해묵은 악습을 추미애 장관을 통해 아예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려 하는 중입니다. 이게 ‘개그’라는 거죠. 그들은 이것을 ‘개혁’이라 부릅니다. 산 권력에 아첨하고 죽은 권력에 난도질 하게 하는 검찰이 그들이 생각하는 개혁된 검찰의 상인가 봅니다. 그게 개혁이라면 개혁은 오래 전에 이루어졌죠. 그 모범적인(?) 검찰의 상은 이미 우병우가 세웠거든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검찰도 여당과 청와대, 어용언론과 광신도들이 흔들어대니 수족이 다 잘리죠? ‘공수처’를 설치한다고 같은 일이 안 일어나겠습니까? 외려 현재의 검찰보다 쥐고 흔들어대기 훨씬 쉽죠. 게다가 공수처는 왜 권력과 타협을 안 한다고 생각하죠? 내가 보기에 모 검사처럼 벌써부터 다소 수상한 욕망이 엿보이는 야심에 찬 검사들이 선망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거, 끝나고 나면 국회의원 하면 되고...”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검찰을 세우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라 할 때, 검찰개혁은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기존의 검찰이든, 새로 설치되는 공수처든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 없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대통령 권력, 의회다수를 점한 여당 세력, 그와 결탁한 어용언론들의 선동, 정권비호의 행동대원을 자처하는 머리 빈 광신도들의 양념 공세를 이겨낼 수 있는 주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은 이미 실패했습니다. 철저하게, 해학적으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우리도 총선 공동행동 합시다. 조국기부대에도, 태극기부대도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의 ‘진영 없는 시민회’. 공동의 행동강령. ‘민주당만 찍지 말자.’ 어느 당 찍을지는 각자 알아서. 세상은 못 바꿔도 바보는 되지 맙시다”라고 당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