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차를 맞이한 조현준 회장이 3대에 걸친 기술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16일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생일이다. 이날은 효성의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故 조홍제 회장의 36주기 기일이면서 조 회장이 공식 취임한 지 3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특별한 날이 이어준 인연처럼, 조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3년전 취임사에서도 “기술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효성의 오늘이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며 “기술 경쟁력이 우리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창업주인 故 조홍제 회장은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며 향후 신기술 도입과 공장 증설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독자기술로 공장과 설비를 설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독보적 기술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1971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부설 연구소인 효성기술원을 설립한 바 있다.
이러한 선대의 경영정신을 계승한 조현준 회장도 지난해 7월 생산기술센터를 설립했다. 생산기술센터는 섬유, 첨단소재, 화학 부문의 핵심 공정과 설비기술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주요 공장과 효성기술원의 핵심 기술인력이 협업을 통해 신규 공정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기존 생산 공정도 개선시켜 기술 고도화를 위한 조직이다. 일본 화학기업은 대부분 이러한 독자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국내기업으로서는 드문 편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조 회장의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도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효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1978년 중공업연구소, 1983년 전자연구소, 1986년 강선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해 연구분야를 전문화했다.
조 명예회장의 기술중시 경영이 현재 효성을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No.1 제품과 탄소섬유, TAC필름 등 독자적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을 다수 보유한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에서 비롯된 일본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핵심부품소재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다수 보유한 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성패는 경영진의 추진력과 전폭적인 지원에 달려있는 만큼 효성의 3대에 걸친 기술경영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보강재 사업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독자 개발을 통해 세계 1위를 달성한 실력을 갖췄다”며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핵심부품소재에서 독자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선대의 기술경영을 이어받은 조 회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