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들 사이의 관계는 ‘우정’도 아닙니다. 그냥 이해를 같이 하는 동업자 의식 같은 거지. 하여튼 정봉주가 출사표를 던지면, 그가 다른 나꼼수의 멤버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려드리죠. 그 진한 우정에 모두들 깊이 감동하실 겁니다. 아, ‘돼지새끼’ 얘기도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뭐였더라?”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정봉주를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2012년 민주당은 나꼼수 김용민의 막말 파장으로 선거를 말아먹었죠. 사실 김용민을 공천한 것 자체가 문제였지요. 사실 거기가 정봉주 지역구입니다. 그런데 감옥을 가면 지역구를 남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에게 세습해 주었다가 나중에 형 살고 나와 복권되면 돌려받으려 했던 겁니다. 한 마디로 공적 원칙에 따른 ‘공천’이 아니라, 사적 인연과 이해에 따른 ‘사천’이었던 거죠. 이미 그때부터 민주당은 공사 구별 없이 야쿠자스러웠던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김용민의 막말 테이프가 공개됩니다. 더러운 욕설과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차마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러웠죠. 민주당이 공당이라면, 그 순간 공천을 즉시 철회했어야 합니다. '공천'이란 게 특정인을 유권자들에게 자당을 대표하는 얼굴로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것을 가리키니까요. 그런게 그 인물이 수준 이하의 언행을 했다면, 그런 후보를 추천한 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그를 후보 자리에서 내쳤어야 합니다”라며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그를 끝까지 밀었고, 그 결과 박빙으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를 통째로 말아먹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사실 당시 그쪽 선거를 돕던 조국 교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 참, 황당해서...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고 타박하면서 당장 자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거,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하고, 그 지역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구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그랬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런데 웬 걸, 민주당에선 그냥 가더군요. 그 정도 악재는 나꼼수 힘으로 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참 멍청한 게... 저쪽에서 손에 뭘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쫄지마’라고 했는지. 결국 새누리당에서는 하나를 막으면 또 하나를 터뜨리는 식으로 매일 하나씩 막말을 공개하며 선거운동 기간 내내 랠리를 이어나갔고, 결국 불리하던 선거판을 극적으로 뒤집는 데에 성공했죠. 도대체 민주당에선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을까? 아니, 선거를 지휘하는 인간들이 이렇게 뇌를 빼놔도 되나...?”라며 “이 궁금증이 풀리는 데에는 몇 년 걸렸죠. 김용민을 당장 자르라는 나의 조언을 차단한 것이 바로 정봉주였답니다. 본인 입으로 스스로 내게 털어놓더군요. 결국 제 지역구 찜해놓느라 당을 말아먹은 겁니다, 이는 사적 인연과 이해가 어떻게 공적 기준과 원칙을 무너뜨림으로써 공당에 치명적 해를 끼치는지 잘 보여줍니다. 아무튼 김용민은 끝까지 의리를 지켜준 정봉주가 고마웠겠죠. 정봉주가 출마하겠다 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제 저는 정 전 의원과 함께 돌을 맞겠습니다. 정 전 의원에게 결과적으로 기운 글을 쓸 때 이미 각오한 바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정이 참 아름답죠? 하지만 이런 친목질은 국민세금 들여가며 할 일은 아니죠. 정봉주야 무고죄가 무죄 나온 걸 내세워 성추행은 없었다고 퉁치고 싶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5분만 생각해도 머리 속으로 선거운동 1일차부터 15일차까지 봉주를 어떻게 갖고 놀지 그림이 쫙 그려지거든요. 김용민도 그때 다 덮을 거라고 방방 뜨더니 결국 쫄딱 망했잖아요”라며 “김용민씨의 사적 인연과 사적 이해의 측면에서는 정봉주가 좋은 후보인지 몰라도, 공적 기준과 공적 원칙의 측면에서 볼 때 정봉주씨 같은 이는 절대 정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 김용민, 김어준, 주진우랑 짜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조작하려다가 들통났잖아요. 이렇게 국민을 우습게 알고, 감히 국민을 속이려 드는 사람은 나라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해서도 절대 정치에는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