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주관적으로는 직을 걸고 발언할지 모르나, 객관적으로 그 정도의 발언에 직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임은정 검사가 정권이 바뀌도록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만 봐도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비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면, 제 질문은 자기 직을 내놓은 사람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슬쩍 피해가셨네요. 유감입니다. 검사님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는데.”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을 건 검사들은 따로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이같이 게재했다.
진 전 교수는 “제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검사가 고소장 원본을 분실했어요. 악성민원인이라 내용은 같고 날짜만 다른 고소장을 여러 번 냈대요. 그래서 그 중 하나를 복사해 사건기록에 끼워 넣은 거죠. 조작을 하려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생각에서 저지른 실수에 가까운 일이었지요. 해당 검사는 그 일로 사표까지 냈구요. 근데 그 검사, 정식으로 기소하지 않고 사표만 받은 거, 그게 그렇게도 부당하다 해서 정권 바뀌도록 항의하시는 거 아닙니까?”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보세요. 자기 지인 자식 대학 보내주려 증명서 위조했습니다. 대통령 지인 당선시키려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대통령 측근 뇌물 먹은 비리, 감찰을 무마해 줬습니다. 그런데 이 잡것들, 기소를 못하게 막습니다. 누가? 장관이요. 왜? 피의자들이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분들이라서요. 이게 정의입니까? 임은정 검사, 본인이 직을 걸었다는 그 사안과 한번 경중을 비교해 보세요. 도대체 비교가 될 수준입니까?”라고 임은정 검사에게 반문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잖아도 검찰 내부 저처럼 보는 시각이 너무 많아 굳이 보태고 싶지 않다구요? 그렇게 생각하는 검사들이 검찰 내에 그렇게 많다는데 그 분들 목소리는 어디 가야 들을 수 있나요? 고작 상갓집에서 술김에 한 마디 했다고, 장관까지 나서서 ‘항명’이 어쩌구, ‘추태’가 어쩌구 온갖 주접을 떨더군요. 살인마 전두환까지 품던 장관님이 자기 일 하는 검사들은 절대 못 품겠대요. 어디 무서워서 말 하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임은정 검사, 직을 걸고 위험하게 일하는 검사는 본인이 아니세요. 그 분들, 따로 있습니다. 이번에 줄줄이 좌천되신 분들 있죠? 앞으로 줄줄이 감찰 받을 분들 있지요? 직을 건 것은 그 분들입니다. 솔직히 임은정 검사가 직을 걸고 발언한다는 말도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라면 직장에 이리 보내달라, 저리 보내달라 신청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저도 이번에 가만히 있었으면 테뉴어를 받았겠죠. 근데 직을 걸기로 결심한 그 순간 학교에 보직 신청할 기분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라고 전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