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2차전지) 전쟁이 봉합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전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며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질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Judgment)’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 ‘예비결정(InitialDetermination)’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내달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바로 10월 5일까지 ITC위원회의 ‘최종결정(FinalDetermination)’만 남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해 4월 29일 LG화학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했다.
아울러 같은 해 4월 8일 LG화학이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보낸 직후에는 3만4000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또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포렌식을 해야 할 75개 엑셀시트 중 1개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나머지 74개 엑셀시트는 은밀히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정황 등도 밝혀졌다.
예비결정이나 이번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 ITC통계자료(1996년 ~ 2019년)를 살펴보면 특허소송의 경우 약 90% 정도의 비율로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이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에서 보존됐다. 특히 영업비밀소송의 경우 ITC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조기패소결정 포함)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이번 영업비밀 소송에서도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이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지난 10개월간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양사의 배터리 전쟁이 ITC에 의해 일정 부분 정리된 만큼 양측의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핵심기술 보호 측면에서 소송이 옳을지언정 현실적으로 최종 판결까지 2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확전은 양사 모두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ITC의 결과를 받아든 양사 모두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LG화학은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