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을 과일 잘 익었나?” 판별 가능해진다

“내가 먹을 과일 잘 익었나?” 판별 가능해진다

기사승인 2020-02-27 09:29:23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덜 익은 바나나를 빨리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나나 아래에 사과, 키위, 다른 바나나 등을 두면 된다. 아래에 위치한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바나나의 숙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감자를 사과와 같이 비닐에 넣어 보관하면 감자에서 싹이 나오는 것이 억제되는 것도, 사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에 의한 효과이다. 이외에도 에틸렌은 씨앗의 발아, 꽃의 개화, 식물의 성장과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려대학교신소재공학부 이종흔 교수 연구팀은 산화물 반도체 가스센서 감응막 상단에 나노 두께의 산화물 촉매층을 코팅하는 이중층 구조를 도입하여 대표적인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를 고선택성 고감도로 검출하는 새로운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저분자량의 에틸렌 가스는 높은 결합에너지로 인해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센서로 선택적 검출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산화주석(SnO2) 기반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센서 감응막에 산화크롬(Cr2O3) 나노 촉매층을 코팅하면, 에틸렌 이외의 방해가스는 반응성이 낮은 이산화탄소(CO2), 수증기(H2O)로 산화되어 에틸렌을 고선택성 고감도로 검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개발된 센서는 육류, 해산물, 생선 등의 보관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디메틸아민, 트리메틸아민 가스뿐만 아니라 실내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스들에 대해서도 우수한 선택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위 환경의 변화에 관계없이 과일 숙성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과일 숙성 정도가 다른데, 현재까지 과일의 숙성도는 껍질의 색이나 촉감 등 개인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되어왔다. 바나나, 토마토, 애플망고 등과 같이 시간에 따라 색이 바뀌는 과일의 경우 숙성 정도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의 경우 색만으로 숙성정도를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정도의 숙성상태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과일에서 발생되는 미량의 에틸렌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다.

바나나, 애플망고, 복숭아, 키위, 블루베리 등 5가지 과일에서 배출되는 에틸렌 농도를 본 연구에서 개발된 센서로 15일간 측정한 결과, 과일의 숙성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무선 가스센서 모듈을 이용해 감지신호를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장치에 보내 과일의 숙성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종흔 교수는 “ICT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 기반 소형 센서로 미량의 식물 호르몬을 선택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본 연구는 대표적인 식물 호르몬인 에틸렌을 초소형화가 용이한 산화물 반도체형 가스센서로 고선택적으로 검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 다양한 식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식물에서 발생되는 에틸렌 농도를 사물인터넷을 통해 모니터링할 경우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기술발전을 더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제1저자인 정성용 박사과정(고려대 신소재)의 주도하에 진행이 됐으며, 강윤찬 교수(고려대 신소재)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2월 24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삼성전자미래육성재단 과제(SRFC-TA1803-04)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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