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정유업계(GS칼텍스‧SK에너지‧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까지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이상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정제마진의 약세에 더해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 역시 심각하다. 현재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면서 글로벌 항공 길이 끊겼다. 그 결과 항공유 수요까지 줄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곳 한중 노선이 기존 59개 주 546회 운항에서 올해 1월 23일 중국 우한 봉쇄 후인 2월초에 주 380회로 편수가 30% 줄었다. 지난 2월 둘째주에는 주 162회로 70% 감소했다. 이 때문에 항공유 가격은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국제석유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EA는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석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만5000배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10여년 전 세계 경제위기에 수요가 떨어진 이후 첫 분기 수요 감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아시아권 전체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교통‧해운 등 물동량 감소가 이어져 휘발유와 경유 수요 위축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 급락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2∼3개월 전에 사고 실제 판매는 그 이후 진행한다. 원유를 산 시점보다 판매하는 기간에 원유 가치가 추락한다면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난 6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1.2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계는 2014년 하반기 100달러대까지 고공 행진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2조원 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을 입은 바 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지난 2월 이후 유가급락으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제 유가 역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올해 WTI 유가 기준으로 배럴당 35~50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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