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지난달 내린 ‘조기 패소판결(DefaultJudgment)’ 승인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21일(현지시각) ITC 사이트에 공개한 판결문을 통해 “SK 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 화학의 SK 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시점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증거에 따르면 SK 이노베이션은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적시했다.
ITC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직원의 PC 휴지통에서 발견된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공개됐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는 ‘LG사’ ‘L사’ ‘경쟁사’ 등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여개가 나열됐다.
내부 이메일에는 ‘LG회사에 대해 논의한 이메일을 모두 삭제할 것’, ‘테스트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 해결방법은 경쟁사의 자료를 확보해 최대한 따라하는 수밖에 없음’ 등의 문구도 발견됐다.
ITC는 이와 관련해 “증거보존의무가 있는 상황에서 LG화학과 관련된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destroy)하거나 삭제의 대상으로 삼았음이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히 밝혀졌다”며 “SK이노베이션은 범행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으며(culpable state of mind), 이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정보(영업비밀)를 탈취했다는 사실을 LG화학이 입증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ITC는 “이번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것으로서, 본 소송의 핵심은 어떠한 정보가 피신청인의 소유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내는 것”이라며 “증거인멸 행위 등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다. 이의제기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절차다. ITC는 다음 17일까지 이를 수용할지 결정해야한다.
ITC위원회가 올해 10월 ‘최종결정’을 내리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 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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