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이야기] ‘제2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소재 이야기] ‘제2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기사승인 2020-04-15 01:00:00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부는 21세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전지 보급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2차전지(리튬이온배터리)는 수많은 배터리 중에서도 부피가 작으면서도 에너지의 밀도가 높아 최적의 배터리로도 불린다.

현재 2차전지는 소형 배터리 기준으로 전동공구,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주로 채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기 휠체어, 전기차 등 모빌리티에도 탑재되고 있다. 여가 측면에서는 카메라와 드론 등에 탑재되며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터리는 4대 구성요소인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먼저 양극은 배터리의 힘으로 표현되는 용량, 즉 ‘사용 시간’을 책임지는 소재다. 얇은 알루미늄 기재와 활물질, 도전제, 바인더로 구성됐다. 활물질, 도전제, 바인더를 합쳐서 ‘합제’라고 부며 합제의 모양은 작은 입자의 파우더 가루들이 섞여 있는 형태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반응성이 커서 자연 상태에 있을 때는 리튬 원소로 있지 않고, 리튬(Li)과 산소(O)가 만난 리튬산화물(Li + O)의 형태로 존재한다. 산화물 상태가 안전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양극에도 리튬산화물의 형태로 리튬이 존재하는데, 리튬산화물처럼 양극에서 배터리의 전극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을 '활물질'이라고 부른다.

업계에서는 어떠한 양극 활물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에 저장되는 전자(e-)의 수가 달라지고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도 결정짓게 되기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에 가장 적합한 성능을 가진 활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NCA, NCM, LMO 양극 소재들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LFP(리튬인산철)의 경우 높은 안전성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가 주로 채택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부피가 크며 출력이 낮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NCM과 NCA는 3가지 원소의 조합에 따라 또 다른 이름이 생긴다. Ni, Co, Mn이 33%씩 합성된 물질은 NCM111, 3가지 물질이 각각 50%, 20%, 30%씩 합성된 물질은 NCM523으로 불린다.

NCA의 경우 NCM에 비해서도 원료 합성 및 수분 제어에 대한 난도가 높아서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니켈 함유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High-Ni) 양극재 개발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높은 코발트를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소재는 2차전지의 수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극이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물질은 흑연(Graphite)이다. 흑연은 아주 규칙적인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탄소(Carbon)가 결합된 하나의 층이 여러 겹 쌓인 구조로 아파트와 흡사한 모양이다.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충전 과정에서 음극에 도착한 리튬이온은 흑연 층 사이사이로 들어가 저장되는데, 그렇게 리튬이온이 들어간 흑연은 팽창돼 부피가 늘어난다.

이렇게 리튬이온이 흑연 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음극의 부피가 계속해서 변하게 되고 이는 흑연 구조에 미세한 변화를 발생시키면서 수명도 미세하게 감소된다. 다만 이러한 음극의 부피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안전성이나 주요 특성은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배터리 사용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음극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흑연은 두 종류다. 광산에서 채굴하는 천연 흑연과 석유 코크스와 피치 코크스를 원료로 전기 저항로에서 2500℃ 이상으로 가열해서 만들어지는 인조 흑연이다. 인조 흑연의 경우, 천연 흑연에 비해 결정구조가 일정하고 안정적이며 충방전 수명은 천연 흑연보다 길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로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구성요소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소재의 얇은 막으로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공기구멍을 가지고 있는 다공성 필름이다.

분리막의 역할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면 쇼트가 발생하게 되는데, 절연 소재의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만나지 않도록 물리적 접촉을 차단한다.

두 번째는 미세 기공을 통해 리튬이온만을 위한 이동 통로를 제고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충방전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이다.

세 번째는 고온에서의 안전성과 관련된 것이다. 배터리의 온도가 적정 수준 이상 고온이 되면 미세기공이 차단되는 소재 특성을 지니고 있어 내부 단락을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높은 기계적 강도를 지니고 있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이물질을 막아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리막의 소재는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올레핀, 폴리프로필렌 등 절연 특성이 뛰어난 고분자 소재가 이용된다. 소재들은 연신(필름의 강도‧투명성‧차단성을 증가시키는 과정)으로 미세한 기공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눠진다.

건식은 필름을 기계적인 힘으로 당겨 기공을 만드는 방법으로 제조공정이 간단해 저렴하다. 그러나 기공의 사이즈를 균일하게 하기 어렵고, 기계적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습식은 첨가제를 추가해 화학적인 방법으로 기공을 만든다. 건식에 비해 제조공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고가이지만 기공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고, 기공이 균일할수록 리튬이온의 이동이 더욱 용이하고 기계적 강도가 더욱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양극과 음극의 표면을 안정화시키고, 배터리의 수명이나 셀 특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

전해액은 크게 염과 용매, 첨가제로 구성된다. 염은 리튬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염은 LiPF6(리튬·인산·불소로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염은 유기용매에 쉽게 용해 및 해리(화합물이 이온으로 분리되는 현상)가 돼야 하고 해리된 이온들은 잘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LiPF6는 이온이동도, 용해도, 화학적 안정성이 다른 염에 비해서 우수해 적합하다.

용매는 염을 잘 용해시켜 리튬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 속 염을 용해시키는 물질로는 EC(Ethylene Carbonate)라는 용매가 사용된다.

염을 용해시키는 용매는 염을 잘 용해시키기 위해 유전상수(이온 화합물을 분리시켜주는 값)가 높아야 하고 리튬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낮은 점도를 가져야 한다.

첨가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소량으로 첨가되는 물질로서 용매가 분해되지 않도록 먼저 분해돼 양극이나 음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리튬만 양‧음극 사이를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배터리 성능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핵심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대표적인 첨가제는 VC(Vinylene Carbonate)와 FEC(Fluoro Ethylene Carbonate) 등이 있다. 각각 고온에서의 성능 및 수명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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