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의 온양온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 시장 상인을 향해 “경제가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대통령의 면전에서 “거지 같아요. 너무 장사 안돼요. 진짜 어떻게 된 거예요. 점점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라고 즉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점점 안 좋아진 거예요? 아니면 이번에 신종 코로나 때문에 (안 좋아진 거예요?)"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아니에요. 너무 안 좋아졌어요. 점점 더 심각해졌어요”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고통과 경제 고통이라는 두 가지의 고통을 겪고 있다. 내일 총선은 이중의 고통 속에 치러진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과연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론조사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지지를 얻어 제1당이 되고 과반 이상의 의석까지 차지할까? 정말 그럴까? 만일 그렇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 안보? 외교? 복지? 사회안전? 교육? 환경? 도대체 왜 집권당이 180석을 얻는단 말이 나올까? 뭘 잘했다고.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거니와 믿을 수도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코로나 정국’이다.
지금 선거 정국은 세 가지 화두가 지배한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다. 둘째, 코로나바이러스다. 셋째, 코로나바이러스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외국의 평가와 찬사에 도취된 정부여당은 자화자찬에 빠져있고, 미디어들은 이를 홍보하는 데 급급하며, 야당은 이를 깨뜨릴 전략이 없어 보인다.
지금 선거는 코로나 프레임웍에 걸렸고 이 프레임은 정부 여당에 절대 유리한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이 시도한 프레임은 경제심판, 정권심판론이다. 그런데 야당의 경제심판, 정권심판 프레임은 코로나 프레임을 덮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이기려면 지금의 코로나 프레임을 경제심판론으로 대체시키는 데 성공해야 한다. 아니면 정부 여당의 코로나 프레임을 뒤덮을 수 있는 새로운 야당만의 프레임을 창조하거나, 아니면 여당의 코로나 프레임을 붕괴시키고 야당이 구축한 프레임으로 만들어 여당에 덮어 씌워놓았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여당이 구축한 코로나 프레임이라는 멍에를 쓰고 국민들이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것은 야당의 전략적 실패로 보인다. 그래서 야당은 국민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아니 자신들이 보다 국민 편에 섰어야 한다. 그 이유는 이제 야당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란 국민의 집단 이성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현 정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개판 치는 정권을 보고도 그들을 지지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게 경제를 파산시킨 무능한 정권을 선택한 국민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대확산의 1차 주범이 현 정권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는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에 대한 최고의 수혜자는 정부가 되고 있다는 것도 다 안다. 여기에 여당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대통령이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국민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늘어놓는 것도 다 안다.
우리 국민은 현명하고 위대한 국민이다. 지금까지의 숱한 선거에서 보여준 총체적인 국민의 뜻이 이를 입증한다. 그래서 드러난 여론에 쉽사리 현혹되거나 지금 나와 있는 여론조사 데이터를 잘 신뢰하지 않는다. 그 여론조사가 국민들의 생각을 잘 반영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제대로 응하지도 않는다. 이런 사례는 현실 속에서 비일비재할만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비빔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였다. 작은 식당이라서 테이블은 약 7~8개밖에 되지 않았다. 저녁이면 불고기도 파는 집이었다. 40대 중후반의 여성 두 분이 그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주인 겸 점장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이번에 투표하실 겁니까?“
“당연하죠”
“왜 투표하십니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장사를 할 수가 없어서요.”
“언제부터 그렇습니까?”
“이 정권 들어선 이후부터요.”
“아, 그러면 투표 결과는 묻지 않아도 뻔하겠네요?”
“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이 미친 정권을....더 이상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그건 물어보나마나 아니겠습니까. 뭘 그렇게 뻔한 것을 다 물어봅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을 갖고서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와 함께 식사를 마친 일행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는 고향이 전라도시군먼요? 말투가 그쪽이신 것 같은디요?‘
이 동료는 고향이 전라도 쪽이다.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는 충청돕니다. 저 전라도 아니예요.”라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
“그래도 이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렇게 쪼그만 가게지만 하루에 1백만 원은 건질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곧 문 닫게 생겼어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 하루에 한 그릇 판 날도 있어요. 우선 제가 살기 위해서라도 투표할 겁니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요”
나는 다시 되물었다. “혹시 주변에 현 정권 찍겠다는 사람 있습니까?”
“제 주변에는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이거 거짓말 아닙니다. 단 한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여론조사만 하면 집권당도, 대통령도 그렇게 잘 나올까요?”
“그거요? 그걸 누가 믿겠어요? 요즘 세상 사람들이 바본 줄 아십니까? 아무도 안 믿어요.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단 한 번도 여론조사 온 적이 없어요. 자기들끼리 하겠죠. 아는 사람 전화번호 빼다가”
“아 그럼 지금 여론조사는 모두 거짓으로 보십니까?”
“저는 그래요. 조작을 넘어 사기라 보죠...미친놈들 할 짓이 없어서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는 여론조작까지 하고 국민에게 사기나 치고 자빠졌으니...하여간 이번 투표 결과를 보시면 민심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으악 할 겁니다. 난리도 아닐걸요? 이번에 본때를 보여주지 못하면 저는 가게 문 닫아야 해요. 비단 저만 이런 것 아닙니다.”
나는 식당 문을 나서면서 현 정권에 대한 진정한 민심의 척도는 지금 지표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여론조사 데이터가 아니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서 자신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식당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계 불안을 갖고 사는 식당 주인의 절규에 가까운 하소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런 국민들의 경제 불안, 삶의 불안이 코로나로 해소되었다고 생각할까? 코로나로 국민의 경제고통이 덮어질 수 있을까? 코로나가 국민들의 경제 통증을 완화시켜 준 일시적인 진통제는 될 수 있더라도 완전한 회복제가 될 수 있을까?
우리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문 정권은 하는 일 없이 지금의 코로나 정국을 교묘히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지난 정권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확인한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총선 전에 발표할 때도 확인했고, 지난 2010년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6.2 지방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발표했을 때도 확인했다. 2000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무려 98%였다. 그러나 98%의 여론이 집권당을 찍지는 않았다. 국민은 이 두 사건을 모두 현집권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두 집권세력은 모두 역풍을 맞았다. 그리고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런 국민이 지금 코로나 정국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 이렇게 나라가 온통 비정상투성인데.
과연 내일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 지표대로 나올까? 아니면 식당 주인의 목소리대로 나올까? 혹시, 한 여권 인사가 주장한 180석을 야당이 얻게 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건 너무 황당한 억측일까? 분명 문재인 정권 3년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은 있는데 그리고 거지같은 경제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내일 국민의 집단지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와 국가 운명이 결정된다.
만일 내일 잠재된 샤이(shy) 보수층이 샤우팅(shouting) 보수로 돌변하여 뛰쳐나오고 중도 표심이 코로나 프레임을 깨고 거지같은 경기로부터의 탈출을 전략적 타겟으로 선택한다면 선거혁명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디지털시대의 과학적 미신을 또한 무시하기도 매우 힘든 선거가 이번 코로나 선거이다. 나는 선거혁명을 기다린다. 그리고 기대하는 쪽이다. 비록 나의 이런 기대가 이상으로 끝날지라도... 그래야 대한민국의 위대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