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집권전략은 민주당에 있다… 야당집권을 위한 4가지 조건

야당 집권전략은 민주당에 있다… 야당집권을 위한 4가지 조건

기사승인 2020-05-09 16:21:09

요즘 들어 내가 느낀 보수세력은 자칭 진보세력이라고 자부하는 그쪽 진영보다 더 부패하고, 더 무능하고, 더 썩었고, 더 (시대변화를) 모르고, 더 답답하고, 더 융통성 없고, 더 한심하고, 더 대안 없고, 더 겁 많고, 더 룸펜 같고, 덜 절박하다.

그리고 더 (정신적으로) 타락했고, 더 과거적이고, 더 권위적이며, 더 명분 없고, 더 자기중심적이고, 더 이기적이다. 철저히 강자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덜 약자 배려적이며, 더 분열적이고, 더 지역적이고, 더 이념적(냉전적)이다.

대통령 권력을 눈뜨고 뺏겼음에도 권력 상실에 대해서 덜 절박하고, 덜 절실하며, 덜 반성적이다. 한마디로 자기성찰이 없다.

덜 투쟁적이고, 덜 개방적이며, 세상과 약자와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다. ‘우리’는 없고 오직 ‘나’만 있다. 상대방의 장점을 배우려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약점을 대체하고 보완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일관성도 없고, 지속성도 없다. 무엇이 시작이고 끝인지, 무엇이 기둥이고 서까래인지도 모른다.

상대방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지도 못하고, 세상변화, 세대변화, 세계변화에 민감하지도 못하며, 틀에 박힌 진영논리에 갇힌 갈라파고스의 외톨이 고립집단이다. 그렇다고 치밀한 정치적 전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제 설정이나 홍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며,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포퓰리즘을 이용해 표퓰리즘을 추구할 수 있는 전략, 전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 폐쇄적이며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며, 무감각적이다. 보수의 전통적 가치였던 공동체에 대한 우선적 배려심과 배양심은 사라졌고, 나만주의(天上天下唯我獨尊)에 입각한 독선(獨善), 독단(獨斷), 독주(獨走)적 사심정치만 횡행한다. 솔직히 말해서 미래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무욕의 정치인은 안보이고 탐욕만 가득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치와 논리가 없고, 원칙이 없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공감을 보내지 않는 정당을 왜 지지하겠는가? 지지율이 오를 수 없는 근본 이유이다.

지금 야당에 그 많은 정치인들이 있지만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정치력을 갖춘 정치인은 없다. 있다면 그가 나서서 당을 이끌도록 받쳐보라. 그런데 없고 못받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집권을 꿈꾸는가? 집권전략이 없고 전략을 현실화시킬 리더십이 없는데 어떻게 집권이 실현될까? 물론 정당이 집권의 꿈을 꾸는것은 자유다. 하지만 7월 공수처 설치 이후부터 집권을 향한 '꿈꿀 자유'조차도 박탈당할 구조적 현실에 갇힌다면 어떻게 집권 꿈을 이룰까?

한마디로 보수에게는 지(知, 전통적 가치, 사상), 덕(德, 약자에 대한 배려, 복지), 체(體, 대여투쟁력, 정권투쟁)가 없다. 그리고 이것을 구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리더십도 없고 지도자도 없다. 결국, 지금 보수는 정치적 황무지이며 불모지이다. 이 황무지를 개척할 개척자는 있는가? 소와 쟁기(트렉터)는 있는가? 특히, 거친 돌산을 옥탑으로 일궈낼 개척기술을 갖춘 정치농부는 있는가?

지금 보수는 과거 한때 ‘호남 빨갱이당’이란 지역적, 이념적 제약성의 덫에 걸린 전라도당(과거 민주당)처럼, ‘영남 꼰대당’이란 지역적, 세대성의 주홍글씨로 각인되어버렸다.

이렇게 한국정당의 주류와 비주류, 여당과 야당의 세력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핵심 원인은 딱 한 가지였다.

과거 소수 야당이자 비주류였던 전라도 지역에 기반한 민주당의 피눈물 나는 권력투쟁의 노력이었다. 목숨을 건 정권교체의 사투였다. 대외적 명분은 반(反)독재 민주화 투쟁이었다.
군부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은 국민적 공감을 얻었고 한국의 정치지형은 민주 대 반(反)민주로 양분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중심의 보수세력에 기반 한 기득권세력에 비해 민주화 세력의 수적 열세는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키(key)는 다른 데서 찾았다. 그것이 바로 DJT(호남 김대중, 충청 김종필, 경북포항 박태준)의 정치적 대연합이었다.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몰입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 독재 정권의 핵심심장부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몇백 배는 더 힘든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야당에서 여당으로 또 여당에서 야당으로 적어도 두 번은 민주적 선거에 의한 권력 이동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될 수 없다'(Two turn over system)는 정치학자 헌팅턴의 주장처럼, 이 숙명의 민주주의 관문을 열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일생의 민주적 투쟁이란 자신의 정치생명을 내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의 대역사를 이룩했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공적인 산업화가 경제적 기적에 비유되듯, 성공한 민주화라는 정치적 기적으로 불려진다.

지금 보수진영에 이런 정치적 절박감이 있는가?

지금 보수진영에 이런 정치적 전략과 유연성이 있는가?

지금 보수진영에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 가치실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서 어제의 적과도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있는가?

지금 보수진영에 정치적 진영과 이념성을 뛰어넘고 적대적 대립감에 빠져있는 지역감정의 장벽을 박차고 허물어뜨릴 통합의 리더자가 있는가? 역사와 승부를 걸겠다는 운명의 승부사가 있는가?

결국, 어제의 만년 야당인 민주당이 오늘의 집권 여당이 된 결정적 요인은 호남이라는 고립무원의 지역성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피눈물 나는 외연 확장의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호남의 유권자들 역시 지역적 고립성과 제약성을 뛰어넘기 위해 탈호남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추구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PK출신의 노무현, 문재인이었다. 그리고 한때는 또 다른 PK 의사 출신 안철수에게도 관심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지금 보수가 집권을 꿈꾼다면 다음의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는 지(知, 전통적 가치, 사상)
둘째는 덕(德, 약자에 대한 배려, 복지)
셋째는 체(體, 대여투쟁력, 정권투쟁)
넷째는 외연성 확장을 위한 피눈물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집권 여당의 실책에 따른 반사적 이득으로 ‘무노동 권력 획득’을 꿈꾼다면 그런 꿈은 백년하청일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는 곧 지금의 여당에게 20년을 넘어선 100년에 걸친 철밥통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지금 야당이 집권을 꿈꾼다면 덜 부패하고, 더 변화주도적이어야 하며, 더 유연한 사고로 더 큰 외연 확장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오늘의 민주당을 보라. 그들이 걸어온 목숨을 건 피눈물 나는 정권교체의 투쟁사에 길이 있다. 지금의 야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야당이 없는 정치는 곧 독재정치다. 야당이 죽으면 민주주의도 죽는다. 강한 야당이 존재할 때만이 강력한 여당이 존재한다.

이는 곧 강한 민주주의를 생성시킨다. 우리 국민의 정치적 신념은 오직 민주주의 공고화이다. 야당이 강해져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p.s. “Democracy can only be measured on the existence of an opposition(민주주의는 오직 반대세력의 존재위에서만 측정될수 있다)” by Poul Henningsen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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