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인수·합병 포기할까?

벼랑 끝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인수·합병 포기할까?

기사승인 2020-07-07 04:30:03

[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체불 임금 문제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데 이어 희망퇴직 규모도 사전에 산정해 이스타항공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합병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3월20일 통화에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녹취록에서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며 오히려 안심시키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대표의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아예 6분35초 분량의 통화 녹취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녹취파일에서 최 대표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는 제주항공 종전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최 대표는 이어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라고 우려했으나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국내선 마저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2월 일부만 지급했던 직원 급여를 3월부터는 아예 지급하지 못했고, 체불 임금 문제가 양사의 M&A에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4∼6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제주항공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이스아항공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지만, 제주항공이 이사ㆍ감사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안건 의결 없이 10분 만에 종료됐다. 이스타항공은 M&A를 추진해왔던 제주항공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달 26일에도 주총을 소집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노조의 주장과 달리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은 이스타항공에서 SPA 체결(3월2일) 이전부터 기재 반납 계획에 따라 준비된 사안"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제주항공은 "3월9일 오후 5시께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에 보내준 메일의 첨부 파일의 최초 작성일이 올해 2월21일로, SPA가 체결된 3월2일 이전 이스타항공에서 기재 조기 반납을 결정한 시기에 이미 작성된 파일"이라며 "노조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이 SPA 체결 이전부터 제주항공에 기재 일부 조기 반납 사실과 추가 조기 반납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인력 운용 이슈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계획이 있음을 수차례 언급했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주장이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이 메일로 보낸 구조조정 계획안도 함께 공개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결정과 구체적인 방안, 내용은 이스타항공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한 사항"이라며 "제주항공 측에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은 없으며, 주식매매계약상 그런 권한이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양사 간담회 회의록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이 결정·추진한 구조조정 계획의 진행 상황을 매수인으로서 확인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일단 15일까지 선행 조건을 이행하라는 종전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사의 진실 공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ebae@kukinews.com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배성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