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 A씨의 어머니는 수년전 파킨슨 및 치매 판정을 받았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지만 요로감염증이 발생해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간병 부담으로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지만 배변‧배설 관리가 잘 될지 걱정이다.
# 치매로 요양시설에 머물던 B씨의 부친은 갑작스러운 요로감염 증상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요로감염이 무엇인지, 왜 생기게 된 것인지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지만 당장 간병인이 필요하다.
치매 노인의 절반 정도가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신경인성방광’을 앓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신경계의 이상이나 조절 기능의 부조화로 기능 이상이 오는 경우를 ‘신경인성방광’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척수가 손상된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으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갑작스럽고 강한 요의(소변이 마려운 느낌), 소변을 참지 못하는 요실금, 소변을 지나치게 자주 보는 빈뇨, 수면을 방해하는 야간뇨 등이 대표적이나, 방광에 소변이 있어도 요의를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방광 내압이 비정상적인 경우도 흔하다.
특히 신경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방광에 소변이 고여도 감각이 없기 때문에 환자는 자가도뇨를 해야 한다.
이와 흡사한 상황은 치매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도 나타나지만 뇌질환에 대한 치료를 우선시하는 경향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30만명으로 추산되던 신경인성방광 환자는 2016년 41만명으로, 5년 사이 38%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자가도뇨가 어렵다는 점이다. 방광기능에 대한 치료가 늦어지면 방광염, 신장 기능 상실, 요로감염 등의 2차 질환으로 이어져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아람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파킨슨병 환자가 늘고 그에 따라 신경인성방광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환자의 50%가 해당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머리’ 치료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요의를 느끼면 소변을 보지만 이 환자들은 요의를 느끼지 못한다. 특히 치매 환자들은 언제 소변을 봤는지 기억도 못한다”며 “대부분 요양시설이나 보호자들은 기저귀에 본 분비물을 보고 ‘소변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소변을 본 게 아니다. 쉽게 말해 방광이 꽉 차 흘러넘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변과 달리 소변은 하루에 6~8번을 안 보면 생명에 위협이 된다. 그래서 척수손상환자는 자가도뇨를 하지만 치매 환자는 방치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배뇨를 돕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해 방광염이나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노인, 기저질환자 등 면역저하자는 요로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고, 콩팥까지 망가질 수 있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법이 항생제 밖에 없지만, 10명 중 2~3명은 내성균에 감염돼 치료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신경인성방광은 환자 혼자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가족, 보호자들의 관심이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이지만 인식이 낮고, 치매 등과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도 많지 않다”며 “질환 및 자가도뇨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담수가 신설 등의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김 교수는 재활의학과, 신경과와 연계한 ‘신경인성방광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광 내 소변량을 측정하는 ‘패치형 방광 내 소변량 측정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파스처럼 하복부에 붙여 놓으면 방광이 차는 신호를 분석해 휴대전화로 신호를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자가도뇨 시간을 예측하고 소변이 역류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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