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은 지난 22일 취임 후 두 번째로 계열사 최고경영진(CEO) 40여명을 한데 모아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회의는 구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주)LG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그룹 CEO들이 총출동했다.
LG그룹은 매해 9월께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경영전략을 논의해왔다. 2018년에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로 열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구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CEO 30여명을 불러모아 놓고 경영 현안을 논의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워크숍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존에 LG인화원에 모여 하루 종일 진행하던 것과 달리 비대면 화상회의로 오전 동안 압축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워크숍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두 가지로 모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대응과 혁신적인 변화를 완성하자는 취지로 풀이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과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전반을 변화하는 경영전략이다. 통상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을 활용해 전통적인 운영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LG 최고경영자들은 LG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코로나19 장기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탈세계화 가속 등 분석자료를 통해 고객가치를 위한 디지털 기술 등 활용방안 개선 의견을 논의했다. 또 사용 패턴과 고객 만족도 등 빅데이터를 제품 디자인과 상품기획, 그리고 마케팅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는 LG전자 사례 등이 공유됐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경영활동에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고 구성원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도에 대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통해 빠르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주요 시장별 공급망 유연성도 높여나가기로 했다.
구 회장은 "앞으로 경영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LG 계열사의 20여개 조직에서 선정한 40여개 세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과제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성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재계에선 지난해부터 경쟁사와 소송을 불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구 회장이 성과주의 경영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그룹 실적 책임을 물어 LG디스플레이 수장을 교체한 것이 그 예이다.
이에 구 회장의 성과에 무게를 둔 경영 행보에 올해 연말 부회장과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그룹에 37년간 몸담은 한상범 부회장에 이어 고졸 출신으로 부회장에 올라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 조성진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6명의 부회장이 전자·화학·통신 등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육룡 체제'가 막을 내렸다. 대신 그룹 전체 인사 폭은 작았는데 대규모 인사 광풍보다는 실용적인 구광모 체제의 연착륙에 중점을 둔 인사로 평가됐다.
최근 구 회장이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모태인 LG화학을 물적 분할했다. 재계는 구 회장이 성장동력 사업은 더욱 육성하고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성과주의 경영방식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실제로 취임 후 수익성이 낮은 LG전자의 연료전지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과 수처리 사업을 정리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PG) 사업부를 스타트업에 매각했다. 이와 반대로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LG화학의 미국 유니실과 듀폰 솔루블 OLED 기술인수, 등 미래 성장 사업에는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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