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분사가 진행 중인 한국MSD에서 노사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측은 특허 만료를 앞둔 품목들과 인력 일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할 방침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치 않는 이직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한국MSD의 노사 간 조정이 잇따라 결렬됐다. 노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1차 조정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지난 2일에 시도한 2차 조정도 결렬되자, 3일부터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KDPU) MSD지부 소속 일부 직원들은 서울 중구 한강대로 본사 입구에서 분사 반대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무기한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현재 한국MSD는 내년 2월을 기해 법인 분할을 완료할 방침이다. ‘한국오가논’이라는 사명으로 ▲피임 및 출산 관련 여성건강 제품 ▲특허만료의약품 90여 품목 ▲바이오시밀러 제품 등의 분야에 집중하는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한국MSD는 700여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오가논으로 이동할 직원 명단과 이동 가이드라인을 이달 중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김소은 전무가 한국오가논 신임 대표로 지목됐다. 법인 분할 결정은 지난 2월 발표됐다.
직원들은 소속을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 한국MSD의 업력과 업계 인지도, 시장점유율 등을 포기하고 신생 회사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회사에 기존 업무 체계가 이식될 때까지 견뎌야 할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본사와 신설 법인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격차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강하다.
한국민주제약노조(KDPU) 법규국장으로 활동하는 조국현 노무사는 “MSD는 제약·바이오 업계서 입지가 튼튼하고 역량과 매출도 상위권에 안착해 있는 기업”이라며 “이런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 신생 법인으로 이동하기를 반기는 직원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생 법인을 설립해 특허만료를 앞둔 품목들을 직원 일부와 내보내는 행태는 제약 업계에서 흔하다”며 “본사가 근로조건 승계를 약속해도, 개인의 직업생활은 단순히 업무의 질 한 가지 요소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불안감과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유사 사례를 겪은 한국화이자제약은 신생 법인으로 이동한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 지난 9월 화이자는 회사에서 분리해 '비아트리스'로 이동할 직원들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12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노사 교섭을 마무리지었다. 화이자는 특허만료의약품 사업부를 별도 법인 분리한 화이자업존이 설립된 바 있으며, 이를 다시 마일란과 합병해 올해 내 비아트리스 신생 기업이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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