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낭비 줄이려면 임상 의사 관심 높여야…인센티브·연구지원 필요

수혈 낭비 줄이려면 임상 의사 관심 높여야…인센티브·연구지원 필요

정부, 한국형 혈액관리체계 구축 위한 '제1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안)' 마련

기사승인 2020-12-15 13:50:50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코로나19 사태로 헌혈 인원이 급감하면서 국내 혈액수급 불균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한국형 혈액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제1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안)(2021~2025)’을 마련했지만, 의료기관의 적정 혈액사용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태현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는 15일 열린 ‘제1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 온라인 공청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패널토론으로 참여한 엄 교수는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환자혈액관리(PBM)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임상 의사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연구지원 및 인센티브 지급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적정한 혈액사용을 위해 혈액정보 보고 및 수혈관리실과 수혈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 만큼 비용 보전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불필요한 수혈이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환자혈액관리는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하도록 해 수혈을 최소화 ▲수술시 환자의 출혈을 최소화 ▲수술이 끝난 이후에 환자의 혈액량이 적어도 생리적 보전능력을 향상시켜 집중관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수혈을 적게 해 혈액사용량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대한수혈학회가 지난 2016년 수혈가이드라인을 개정(4판)한 이후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의사들의 80%가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관행적(선배로부터 배운 대로)인 이유 혹은 저렴한 혈액 등으로 인해 과도한 수혈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 교수는 “이름도 생소한 환자혈액관리는 임상의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켜지기 어렵다. 환자혈액관리에는 수혈로 혈액을 보충하는 것도 있지만 환자의 혈액을 만드는 것, 출혈 등으로 혈액을 잃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라며 “임상의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연구할 수 있는 주제가 된다면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환자혈액관리 관련) 연구비 지원 등이 함께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혈액제제 수가나 혈액관리 인센티브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혈액관리료는 혈액사용에 비례해 지원되고 있는데,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과도한 수혈을 줄이게 되면 혈액관리료는 역으로 감소한다. 제도의 모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혈관리실과 수혈관리위원회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기본적인 비용 보전 차원에서 지원이 돼야 한다. 이러한 기구들의 설치로 얻어지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전제로 제도를 만들었다면 적정 보상이 돼야 실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신영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도 “수혈과 관련된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의료기관은 혈액관리법 도입 및 유지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혈구여과제거 적혈구 수혈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면역학적인 수혈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노후화된 장비를 보유한 곳들이 많은데, 별도 재원마련이 어렵다면 수가 지원으로 각 혈액원 등에서 자체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헌혈에서 수혈까지 전 국민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국형 혈액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헌혈목표관리 및 헌혈참여 저변 확대 ▲혈액 안전 및 사용 관리 ▲국가 혈액관리 책임성 강화 등 3개 과제를 선정하고, 8개 중점분야를 검토한 ‘제1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수혈관리실 및 수혈관리위원회 설치 확대 ▲의료기관의 상시 혈액사용정보 감시 체계를 도입 등 의료기관의 안전하고 적정한 혈액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저출산 고령화로 헌혈가능인구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헌혈 저변을 더욱 확대하고 의료기관의 혈액 사용량 관리에 초점을 맞춘 혈액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국가의 혈액 사업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헌혈에서 수혈까지’ 전 국민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혈액 관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수립되는 기본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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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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