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끝없는 ‘만약’의 연속이다. 만약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을 앞두고 죽는다면, 만약 죽은 후에 영혼만 남는다면, 만약 영혼들이 태어나기 전에 멘토에게 교육을 받는다면, 그리고 만약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여러 개의 ‘만약’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저 세상 너머와 이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을 삶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만드는 상상력이 놀랍다. 꿈과 목표보다 삶의 순간에 머무는 시선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울’은 죽어서 영혼이 된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와 태어나는 걸 거부하는 영혼 22(티나 페이)가 만나 각자가 생각한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렸다.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밴드부 교사로 일하는 조에게 오랫동안 간직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맨홀에 빠져 영혼이 된 조는 꼼짝없이 ‘저 세상 너머’로 가야할 처지가 된다. 현실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싫은 조는 ‘저 세상 이전’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기 싫어 수천년 동안 머물고 있는 영혼 22를 만난다.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에서 익숙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변주하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이 빛나는 영화다. 현실보다 저 세상을 출발점으로 설정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낯설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삶과 죽음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직선으로 보지 않고, 삶의 양 끝에 삶이 아닌 세계가 있다는 설정 역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월-E’, ‘업’, ‘코코’ 등 그동안의 작품이 그랬듯, 이번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냈다.
‘소울’은 두 인물이 확신하는 ‘답’이 왜 ‘정답’이 아닌지 알려주는 노련한 선생님 같은 태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단순히 ‘답이 틀렸다’고 지적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를 친절하게 재미있게 설명하는 방식이 곧 영화의 정체성 자체다. 영혼이 되어 인간 세상을 체험 학습하는 전개도 알고 있던 것을 다르게 보게끔 만든다. 수없이 봤던 전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설명해낸다는 것만으로도 ‘소울’을 봐야 할 이유가 된다.
음악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음악이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재즈가 자유롭고 흐트러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 등 몇 가지 키워드가 영화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이해를 돕는다. 가르치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충분히 특별한 영화로 남을 수 있겠다.
오는 20일 개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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