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된 법안이지만 실제 국회에 통과한 것은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소비자 보호 중요성이 공론화돼서다. 때문에 금융상품(펀드 및 파생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 혹은 소비자 보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금소법은 거시적 금융시장 안정화와 대출 규제가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금소법은 국내만 국한된 법안이 아닌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도 이미 10여년 전에 도입된 것이다. 이 법안은 정부 주도의 금융시스템이 소비자와 공급자(금융사)라는 민간 중심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크다.
◇ 금소법, 미국 사례 살펴보니…도입 시기는 다르나 취지는 유사
금소법은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도입된 법안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공론화되면서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다.
당시 오바마행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시장과 금융감독 등을 총체적으로 개혁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 법안)을 제정한다. 이는 글래스 스티걸법(미국 대공황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한 법안) 이래 가장 강력한 금융 규제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이후 관련 법이 상당부분 개정되면서 중소 규모 은행의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국내에서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최소한의 공통기준 정립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저축은행 연쇄 부도 사태가 터지자 소비자보호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 통과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9년 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소비자보호 목소리가 커졌고, 지난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 통과됐다.
◇ 금소법 적용 여파…대출시장에도 영향 확대될 것
국내에서 금소법 도입은 앞서 설명한대로 최근 몇 년 간 발생한 불완전판매 및 펀드사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 금소법에는 금융상품(펀드나 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보호 규정이 담겨있다.
하지만 금소법의 핵심은 금융업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출 관리다. 실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금소법을 도입한 국가는 가계 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실제 미국 행정부도 코로나19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 정책을 냈으나 부채가 아닌 재정‧통화정책 확장을 이용했다. 국내에서도 금소법 도입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이를 감안한다면 금소법 도입은 단순한 펀드상품 판매 규제를 넘어 대출 관리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금소법의 주된 내용은 금융 상품 가운데 과잉 대출(혹은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과잉대출이란 고금리 대출 상품이 아닌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과잉 대출을 의미한다.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주택시장의 버블을 이용해 차주(대출을 받은 고객)의 신용능력과 상환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대출을 했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위기 이전 미국은 서브프라임 대출 등을 통해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했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1400여만명의 시민이 집을 팔아서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을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시장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에 나선 결과 위험투자 손실에 따른 피해와 민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즉 만약 금융사에서 차주(대출을 한 고객)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출을 했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금융사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금소법 도입은 부동산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서영수 연구원은 “국내 주택시장 호조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 부채 주도의 경기부양 정책이었다. 최근 5년 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았다”며 “만약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디레버리지 효과(빚을 상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은행의 부실과 신용경색,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금소법 도입은 금융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서영수 연구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후 금융서비스 절차가 증가, 인건비 등 판관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대면 대출 상품이 일정부분 규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