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이란 연간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이자 및 대출 상환이 한동안 유예됐지만 하반기 이 같은 지원이 종료된 이후 충격이 나타날 전망이다.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은행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주요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확충하면서 리스크에 대비한 상황이다. 다만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차주의 상환 여부에 따라 비용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가계부채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코로나19 종식(완화)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계기업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9 대응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으면서 리스크를 대비했다. 다만 하반기 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것에 대해 대응책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이 34.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곳 가운데 1곳은 1년 간 번 돈으로 이자비용 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25.2%로 전년 대비 4.1%p 늘어났다. 이 것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한국은행은 “실물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신용축적 및 자산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대내외 충격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증대됐다”며 “정부지원 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충격 이전에도 한계기업(혹은 좀비기업)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한국은행 통계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말 기준 국내 한계기업 비중은 14.8%로 당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어 우호적인 대출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그 동안 좀비기업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해당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부분 경기 침체국면을 보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부채 축소가 있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발 경기침체는 부채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이 없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우 강력한 경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축소되기 보다는 오히려 빚이 급속히 확대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공산이 높다”며 “다행히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될 공산이 높다는 점이 위안거리지만 금리가 예상치 못하게 오를 경우 정부부채 부담이 확대될 수 있음은 분명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권의 연체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월 말 0.33% 대비 0.05%p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정부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 효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책 금융지원 종료 시점에 부실이 대거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말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137.3%로 전년(110.6%) 대비 26.7%p 상승했다. 일반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 충당금 적립비율은 142.2%로 29.5% 올랐다.
다만 코로나19 완화 혹은 종료 시점에 따라 충격 여파는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은행계열 금융지주는 코로나19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놨다”며 “결국 백신 보급에 따라 코로나19의 종식 시기에 따라 충격 여파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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