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향후 주가에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배당성향까지 대폭 줄인다고 했으나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규모는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 상충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미한 사례를 분석하고, 배당 성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 기업 사례로 본 자사주 매입, 주가 방어 vs 경영권 확보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잉여현금을 이용해 다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주가 방어 혹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시행합니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애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습니다. 이에 애플을 비롯한 여러 민간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입니다.
애플은 애초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인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팀쿡 체제(전문경영인 체제) 이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애플의 최대주주는 뱅가드자산운용, 버크셔헤서웨이(워렌버핏의 투자기업)입니다. 이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상장 보험사도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대표이사들이 부랴부랴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습니다.
또한 경영권 방어 차원 혹은 지분 확대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곤 합니다. 혹은 자사주를 이용해서 총수 일가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경영권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대한한공은 2013년 8월 인적분할, 2014년 11월 주식맞교환을 통해 조양호 일가의 지분율이 9.87%에서 30%로 세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의 SK도 지난 2006년 회사 자산을 팔아 약 10%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당시 최대주주의 취약한 지분 비중(12%)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자사주 매입, 배당주 보다는 성장주가 선호
일반적으로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선호합니다. 자사주 매입과 기업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이 배당에 따른 이익 보다 낫다는 판단입니다. 실제 글로벌 기업 아마존, 구글 등은 주주에게 주는 배당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이 주주가치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적습니다.
반면 금융업종과 같은 전통적인 배당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배당금이 꾸준히 증가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경기 침체 영향이나 내부 변수로 배당금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당 중심의 기업이 배당을 축소한다고 하면 그만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메리츠금융그룹 주가가 크게 출렁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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