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실대출 리스크 우려↑…고민 커진 시중은행

하반기 부실대출 리스크 우려↑…고민 커진 시중은행

기사승인 2021-06-18 06:15:02
자영업 비중이 높은 강남 역삼동 먹자골목 일대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자영업 중심의 서비스업종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 연체율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하반기 잠재적인 부실 리스크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과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의 변수로 대출과 이자 상환 유예가 또다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가계부채와 부실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 결과, 국내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90.3%로 지난 2019년 말(83.4%) 대비 6.9%p 올랐다. 2008년 말 기준(62.7%) 대비 27.6%p 뛰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대응 과정에서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신용대출 증가율은 16.6%(전년동기 대비)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인 7.8%를 크게 상회했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181.1%로 전년 동기 대비 18.0%p 올랐다.

대출을 동반한 부동산 가격 변동성 우려도 리스크 요인이다.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는 2008년 5월을 100으로 봤을 때, 2013년 9월 79.6까지 하락한 후 지난해 12월 98.8, 지난달 99.5까지 올랐다.

또한 숨어있는 부채로 불리는 전세보증금(전세자금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단기성 레버리지 투자(갭투자)가 만연한 만큼 리스크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는 전 세계 최고수준인 GDP 대비 14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부채 외에도 기업대출에 대한 부실도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서비스업종의 대출 부실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개 은행들이 보유한 서비스업 관련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금액은 총 8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자영업자 5명 중 1명은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126만명으로 전년(105만7000명)보다 19.2% 증가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자영업자 수가 549만8000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자영업자 5명 중 1명(23%)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은행권도 이러한 상황을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은 지난해부터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놓은 만큼 리스크 대비는 하고 있으나 하반기 대출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된다면 부실대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래도 연쇄적으로 상환 불이행이 발생하면 고정이하여신(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은행의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은행권의 또 다른 고민은 하반기 예정된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A은행 관계자는 “내년 대선이 남아있는 만큼 현재 잔존한 금융 리스크를 은행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연기될 수 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이 같은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원 프로그램 수혜 여신에 대한 종합적인 신용위험 점검, 그리고 잠재 부실기업에 대한 조기 신용평가 등을 추진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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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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