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격상…코로나19 장기화에 은행권 부실 우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코로나19 장기화에 은행권 부실 우려  

오는 9월  중기·소상공인 대출유예조치 연장 가능성 
한계기업·부실대출 늘어나...은행권 부실 이어질 수도
숨어있는 부채 전세보증금 비중 커져

기사승인 2021-07-14 06:00:04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금융권은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한계기업(1년 영업이익으로 이자 상환도 못하는 기업)이 대폭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환 유예 조치는 자칫 은행권에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그동안 유예됐던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수도권은 거리두기 단계가 거의 셧다운 상태가 돼 버렸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는 한번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내년 대선이 남아있는 만큼 현재 잔존한 금융 리스크를 은행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가 연기될 수 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속적인 이자 상환 유예는 자영업자와 은행 모두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익성 악화로 인해 1년 간 번 돈(영업이익)으로도 이자 조차 못내는 한계기업이 5곳 중 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기업 비중은 전체(2520개) 39.7%(1001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9년에 보다 2.7%p 증가한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1보다 적으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자영업자 재무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5명 중 1명은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126만명으로 전년(105만7000명)보다 19.2% 증가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자영업자 수가 549만8000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자영업자 5명 중 1명(23%)이 다중채무자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어 우호적인 대출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그 동안 좀비기업 문제는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해당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는 부실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은행권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차주(기업 혹은 중소상공인)의 이자 상환 여부를 통해 여신의 부실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계속 이자가 상환이 유예된다면 차주의 부실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얼마 전까지 코로나19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했다”며 “결국 다시 한번 연장하게 된다면 차주들은 더 높은 금리로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지표상으로 양호하지만 잠재적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 권홍진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위험요인 점검 및 시사점’이라는 리포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만기연장 또는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잠재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현재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과도한 유동성도 위험 요인이다.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는 2008년 5월을 100으로 봤을 때, 2013년 9월 79.6까지 하락한 후 지난해 12월 98.8, 지난달 99.5까지 올랐다.

특히 숨어있는 부채로 불리는 전세보증금(전세자금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단기성 레버리지 투자(갭투자)가 만연한 만큼 리스크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는 전 세계 최고수준인 GDP 대비 14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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