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PEF는 유니콘 육성 스타트업 투자나 공격적인 M&A(인수합병) 방식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기업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지분투자도 하고 있다. 특히 다소 보수적인 금융업종 투자도 최근 활발해졌다. 게다가 금융사와 서로 협업을 통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 규제완화·취약해진 오너일가 영향에 PEF 투자 날개 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F는 총 855개, 투자자가 PEF에 출자를 약정액은 97조1000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제도 개편 이후 PEF 투자가 그만큼 활성화 된 것이다.
PEF의 성장 배경에는 가족 중심의 오너 경영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기업 오너가 상속을 하는 것보다 사모펀드에 회사를 내놓는 것이 더 이득인 나라”라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1400곳 가운데 82.9%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대주주 상속세율(60%)이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한 3세 경영으로 갈 경우 지분도 취약해져 가업 승계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실제 국내 가구업체 1위 한샘이 경영권을 PEF인 IMM PE(프라이빗 에쿼티)에게 넘긴 것도 가업 승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샘의 오너 조창걸 명예회장이 지분 15.45%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82세의 고령으로 은퇴할 나이다. 게다가 자식들의 지분은 다 합쳐도 3% 수준에 불과하다.
‘맘스터치’로 잘 알려진 해마로푸드서비스도 승계 시기를 놓치면서 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밖에 보톡스 기업 휴젤, 락앤락도 승계가 어려줘지자 PEF에 지분을 매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남양유업 역시 오너일가 보유지분 전체를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당분간 PEF 투자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에상된다. 올해 초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적용됐던 10% 이상 지분투자(10%룰) 등 여러 규제가 폐지됐다. 기존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매수한 기업의 주식을 반드시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했다. 헤지펀드와 달리 대출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폐지됨에 따라 지분율과 상관없이 자유로운 지분투자도 가능하게 됐다.
◇ PEF 투자 스펙트럼 확대, 보수적 금융업종 투자 활발
투자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기존의 바이아웃 방식을 넘어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금융업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PEF 가운데 하나인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민간기업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 IMM PE는 SPC(특수목적법인) 노비스1호유한회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5.62% 갖고 있다.
이어 IMM PE는 지난 2019년 2월 신한금융지주에 전략적·재무적 파트너로서 경영에 참여했다. 당시 전환우선주 인수계약을 통해 지분을 보유했고,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지분(신한금융지주)을 추가 매입했다.
IMM PE 관계자는 “기존 PEF 투자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 배당 수익 창출과 더불어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주는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높은 배당성향(일반적으로 30% 수준)을 갖고 있어 안정적 투자를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다른 PEF 운용사인 JC파트너스는 KDB생명과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종은 그동안 사양산업으로 치부됐으나 코로나19 이후 운용수익률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이밖에 은행과 협업을 통해 IB(투자금융) 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국내 시중 은행은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프라이빗 에쿼티), VIG파트너스에 자금을 출자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IB(투자금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바이아웃 투자 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에도 시중은행들이 자금 출자에 참여했다. KB국민은행(200억원), 우리은행(49억원)이 VIG파트너스의 블라인드펀드 ‘VIG 4호 사모투자합자회사’(VIG 4호 펀드)에 투자했다.
M&A 시장에도 PEF운용사는 시중은행과 손 잡고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인수(1조3811억원)에 성공했고, 대주주인 IMM PE(프라이빗 에쿼티)와 푸르덴셜생명 인수 전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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