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배당은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첫 중간배당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농협이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농업 조합원에 환원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 결정은 안정적 수익과 배당을 통한 이익 공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안정된 수익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리스크도 있다. 우선 가계대출 비중에 비해 순이자마진(NIM) 수익이 타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관계기업 투자도 여전히 손실을 내고 있다. 오히려 비은행 계열사가 크게 이익이 늘어났지만 증시 호황이라는 특수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농협금융, 출범 후 첫 중간배당…농민 지원 방점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통해 3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중간 배당을 의결했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1조7359억원)의 19.2%을 배당금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진행한 3470억원 규모 결산배당을 더하면 총 배당금액은 6800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39.2%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농협은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복합그룹임에도 기업의 주체인 농민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도 농가소득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농협 계열사 억대 연봉자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9년 기준 농협(계열사)의 전체 25%(6689명)로 늘어 4명 중 1명꼴이었다. 반면 농가소득은2019년 4118만원으로 전년 40207만원에 비해 감소했다.
이번 농협금융지주의 중간 배당은 타 금융지주사의 주주가치 제고와 일맥상통한다. 농협은 말 그대로 농민들이 모인 협동조합의 결사체다. 농민들의 조합이 농협중앙회를 구성하고 있고, 아래로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와 같은 각자의 지주회사가 금융업과 경제사업을 담당한다.
농협금융지주 측은 “이번 배당을 통해 농업인 조합원을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금융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농업인 조합원을 위해 환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최근 코로나19로 농민들의 경제적 손실 문제도 이번 배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 NIM 수익 하락세…투자 사업도 고전
잠재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2819억원으로,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상반기 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은행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1.61%로 3월 말보다 0.02%p 낮아졌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0.04%p 하락했다. NIM이란 예대마진 등 은행 전체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주력 자회사 농협은행의 수익성이 감소해서다. 올해 6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NIM은 지난해 1.67% 대비 0.06%p 하락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자마진이 감소한 것이다.
비은행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으나 증시 호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농협금융 계열인 NH투자증권은 증시 호황에 힙입어 올해 상반기 527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주식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낸 것이다.
또한 계열사를 통한 관계기업 투자도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금융지주 상반기 공시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투자한 관계기업의 투자손실(지분법 손실)은 281억69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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