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규제는 우리나라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의 테크기업도 금융업에 진출했으나 제한적인 수준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핀테크 금융이 발달한 중국도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공룡 기업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기쉬운 경제(알경)’에서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과 정부 규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 ‘핀테크 활성화’ 시켰던 중국정부의 변심
최근 중국 공산당이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대적인 규제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때 중국은 아시아권에서 금융 산업이 가장 진보한 곳이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핀테크 대국’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시작하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공룡 핀테크 기업을 육성시켰습니다. 지난 2016년 KPMG와 에이치투벤처가 선정한 세계 10대 핀테크 업체 1위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손봐주기’에 착수했습니다. 이미 중국 금융당국은 공룡 핀테크기업 앤트그룹의 IPO(기업공개)를 중지시켰고,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하고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 창업주이자 앤트그룹 지배주주인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해 ‘전당포 영업’과 같다고 비난한 것이 ‘미운털’에 박혔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앤트그룹의 상장 불발과 이후 금융지주사 전환은 마윈의 실언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금융업계에서는 중국정부의 앤트그룹의 규제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앤트그룹은 자본금 대비 레버리지 비율(차입비중)이 60배에 달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소액대출 채권을 여러 개 섞은 ABS(자산유동화)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입니다. 즉 우량·중간·비우량 신용대출자 대출채권을 골고루 분배해 리스크를 헤지(분산)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 기업은 과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금융위기)를 촉발했던 CDO(부채담보증권)과 유사합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 같은 레버리지 전략이 자칫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입니다.
◇ 아마존 등 빅테크 금융업 진출…은행업 기피하는 이유
몇해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금융업과 IT부문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IT유통기업 아마존은 자사의 플랫폼(아마존프라임)을 통해 간편결제 및 대출, 투자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급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 ▲신용카드 서비스인 ‘아마존 스토어 카드’▲선불충전 서비스인 ‘아마존 캐쉬’ ▲아마존 플랫폼 내 판매업자에게 대출해주는 ‘아마존 렌딩’ 등이 있습니다.
은행의 주요 업무를 사실상 복제한 것입니다. 다만 아마존은 기존 은행과 달리 빅데이터를 통해 융자를 심사합니다. 아마존이 융자를 심사할 때 보는 내용은 사업 계획이나 부동산 담보가 아니라 아마존이 보유하고 있는 판매업자의 빅데이터를 통해 판단합니다.
아마존 캐시와 아마존 기피트 카드는 은행의 예금과 금리 형태는 아니지만 포인트 지급이라는 형태로 이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잘 알려진 애플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애플카드와 애플페이에 이어 장기할부 결제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도 금융업 확장에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대출 서비스도 개인 신용대출이 아닌 고객사(입점업체)를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즉 빅테크 기업이 자체적으로 은행 자회사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도입된 강력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인 ‘도드-프랭크 법안’이 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오바마행정부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입니다. 글래스 스티걸법(미국 대공황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한 법안) 이래 가장 강력한 금융 규제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관련 법이 상당부분 개정되면서 중소 규모 은행의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됐지만 과도한 차입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융자 심사도 까다로워졌습니다. 미국에서는 금융소비자가 은행을 상대로 대출을 받을 때 걸리는 기간은 1주일 혹은 한달 이상 소요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 상환 능력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진 것이죠.
국내 도입된 금소법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금소법 적용이 본격화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확장은 그만큼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가운데 순수 모바일 내에서 여수신 업무를 수행해 대형은행으로 성장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찾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인 다이와넥스트, SBI은행, 소니뱅크, 라쿠텐은행도 비대면 금융사업을 하고 있으나 소액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대부분은 대리점 조직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카카오뱅크 성공 여부는 향후 모바일 플랫폼 금융의 방향을 모색할 척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