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헬스 서비스’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효과와 관련한 연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실증 사례를 만들기 위한 여건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은, 황정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헬스, 성과와 전망’을 주제로 9일 발간된 ‘보건산업정책연구 PERSPECTIVE’에서 “디지털 헬스 효과와 관련한 국내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면서 “또 대부분은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이 디지털 헬스 서비스 활용 효과와 관련해 연관성이 높은 국내 연구자료 24건을 검토한 결과, 임상시험 대부분은 건강관리 혹은 질환 상담서비스와 혼합한 ‘디지털 헬스 중재(DHI)’ 적용 실험군과 미적용 대조군의 지표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일부 연구는 대조군 없이 실험군의 전·후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 디지털 헬스 서비스 개발 연구, 서비스 사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 분석 관련 연구였으며, 서비스의 임상적 효과와 관련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정부 R&D 연구과제를 살펴봐도 디지털 헬스의 임상적 효과를 다룬 과제는 2019년 ‘의료데이터보호·활용기술개발(R&D)’ 사업 내 ‘디지털 헬스케어 효과검증 연구’가 내역사업으로 자리함에 따라 2019년부터 지원이 본격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디지털 헬스 중재 분류기준에 따라 선별된 연구를 구분해 보면 의료진(간호사)을 대상으로 한 1건의 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DHI가 환자 또는 일반인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한 연구였다. 나머지 23건 중 특정 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7건에 불과했고, 건강위험요인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일반인 대상 연구가 16건을 차지했다.
반면, 해외 연구는 일반인 외 환자, 간병인,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비중이 높다. 즉, 국외의 디지털 헬스 서비스 효과와 관련한 연구는 디지털 헬스 중재를 통한 의료인들의 진료효과 또는 특정 질환 환자의 치료효과 중심으로 진행되는 반면 국내 자료는 일상생활 중의 건강관리 효과에 치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최근에서야 디지털 헬스 서비스의 효과와 관련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를 검증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 아직은 각 분야에서의 다양한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효과성을 측정하는 지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연구는 효과성 측정지표가 체중, 혈액수치 등의 환자 임상지표에 대부분이 국한돼 있는데, 해외연구는 임상지표 외에도 질보정생존연수, 접증적비용효과비, 자기관리능력 등 다양한 지표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PD는 그간 일정 규모 이상의 실증 사례를 만들기 위한 여건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 PD는 “서비스 효과 연구는 결국 서비스 실증이다. 그간 일정 규모 이상의 실증 사례를 만들기 위한 여건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 디지털헬스 서비스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로 설계된다. 서비스 개발과 효과검증을 위한 연구가 촉진되려면 우선 보건의료 데이터나 개인건강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부터 짜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정부의 규제개선을 통해 데이터 활용 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비의료기관 건강관리서비스(웰니스서비스)뿐 아니라, 유헬스케어의료기기, AI의료기기, AR/VR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디지털치료기기)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범주의 서비스 개발이 촉진되고 있다”라며 “데이터 활용 환경 개선 정도에 따라 서비스 효과 검증을 위한 연구 또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되는 디지털치료제의 경우, 작년부터 알코올 및 니코틴 중독,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섭식장애, 저혈압 등 다양한 적응증의 디지털치료제 기술 개발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고 허가임상에 돌입한 기업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면서 “인허가나 건강보험제도가 혁신의료기기 등 신개념 디지털헬스 서비스의 발전을 막아왔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다양한 관계기관의 협력도 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디지털헬스케어를 바이오헬스산업 핵심전략 분야로 삼고 있어, 데이터 활용과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 지원에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각 질환별로 다양한 중재법이 사용되고 있어 일관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환자 대상의 ‘디지털 헬스 중재 방식’은 의료기관 혹은 재택 기반의 임상시험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주요 질환별로 적용되는 중재 형태와 효과에 다소 차이가 있다.
심혈관질환자(심부전, 뇌졸중 등)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 서비스는 손목밴드 등의 심장 모니터링 기술과 앱과 전화 등을 통한 상담이 결합된 자기관리용(self-care) 프로그램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효과는 BNP 수치, 심전도 등 심장관련 임상지표, 관련질환으로 입원한 횟수, 삶의 질과 건강상태에 대한 설문결과, 비용, 질보정생존연수, 점증적비용효과비 등으로 측정된다.
당뇨 및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 서비스는 전화와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한 행동상담프로그램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의 효과는 환자의 임상지표(당화혈색소, 체중 등), 의료비, 투자수익률 등으로 측정된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 서비스는 주로 모바일 앱을 활용한 자기관리용 원격모니터링 프로그램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암환자의 통증관리, 증상완화, 삶의 질 등이 효과 지표로 사용된다.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 서비스는 기존의 인지행동프로그램에서 모바일 앱과 웹(Web)기반의 중재가 결합된 형태로, 효과는 우울, 불안증상 감소, 삶의 만족도, 입원진료 비용 등으로 측정된다.
질환관리에 활용되는 디지털 헬스 서비스 효과의 일정 부분은 건강지표의 개선, 입원일수 감소, 삶의 질 개선, 증상 및 통증 완화, 비용절감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의 연구가 무작위대조군시험의 형태로 특정 질환에 맞춰 디자인돼 일관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연구팀은 모바일 앱과 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데 있어 노인층의 인지력과 신체능력 감소 등은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자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이러한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환자대상의 디지털 헬스 서비스는 대부분이 임상시험 형태로 제도화되기 전 단계로 활용효과 검증이 수행되고 있고, 질환별로 다양한 중재법이 사용되고 있어 일관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일부 중재법에서 효과를 보이는 사례들을 종합해 국내 임상현장에 맞는 중재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배민철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산업부가 산기평을 통해 내년에 만성질환, 정신건강, 소아노인을 디지털치료제 3대 전략 분야로 삼았다”며 “디지털치료제 개발과 실증을 위한 표준프레임워크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