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날벼락...국민은행 ‘전세대출’ 분할상환 바람 타나

실수요자 날벼락...국민은행 ‘전세대출’ 분할상환 바람 타나

기사승인 2021-11-11 06:01:02
쿠키뉴스DB
KB국민은행이 지난 10월말부터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원금 일부를 나눠갚는 ‘원금 5~10% 분할상환’ 방식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은행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분할 상환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이 분할 상환을 채택한 만큼 타 은행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곤두서 있는 만큼 당국의 의지에 따라 나머지 은행권도 ‘울자겨자먹기식’으로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세대출 원금의 5∼10% 이상을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혼합 상환 방식을 지난달 25일부터 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나온 조치다. 

분할 상환이란 원금의 일부(5~10%)를 이자와 함께 갚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들어 전세대출을 1억원 받았다고 가정하면 1억원의 5%인 500만원을 이자와 함께 나눠서 갚고 나머지 9500만원은 만기에 상환하면 된다. 분할 상환이 적용되면 대출을 받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자와 원금 일부를 동시에 내야 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모든 금융권의 화두가 됐다”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대출에 대한 분할 상환을 의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은행권에서도 옵션 방식으로 분할 상환 방식의 전세대출 상품이 있지만 수요자는 적은 편이다. 

다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을 기존처럼 만기일시상환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금융권은 분할 상환 도입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NH농협은행은 분할 상환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단순 검토 중에 있으며 시장의 반응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신한·우리·하나은행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은행 관계자는 “미국도 분할상환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전세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에 적용한다”며 “전세대출은 기본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인데 분할상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김에 따라 타 은행도 도입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최근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출 관리에 나서자 금융당국 측은 우회적으로 은행권에 국민은행 방식을 표본으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KB국민은행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 같다”며 “아마 여윳돈이 있는데도 전세대출을 크게 받아 갭투자나 금융투자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원래 내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갑작스레 분할 상환을 도입해 당황스럽긴 하다”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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