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순이익(누적 기준)은 9조5009억원으로 전년동기(7조5763억 원) 대비 25.4% 증가했다. 5대 은행 모두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다만 내년에도 주요은행이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은행의 이익 성장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반면 또다른 전문가들은 과도한 가계부채, 자산시장 위축 가능성,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등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내년 금융지주사의 실적과 관련해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정부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순이자마진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엄격해진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내년 시중은행 가계대출 성장률은 올해와 비교해 소폭 떨어진 4~5%로 전망된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NIM(순이자마진)은 상승 추세가 지속될”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기준금리 뿐만 아니라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상승이 대출 리프라이싱(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내년 하반기에 추가적인 NIM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은행의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의 위험 요인으로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변동성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부실채권 증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이 거론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1순위 리스크로 높은 가계부채(20%),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20%)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과 발생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1월 9일부터 22일까지 국내 금융기관 임직원, 관련 협회와 금융·경제 연구소, 해외기관 한국투자 담당자 등 80명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국내 은행권의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 및 가계 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차주(대출을 빌린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옥태종 애널리스트는 ‘한국신용평가·무디스 공동 주최 한국신용전망 컨퍼런스’에서 “국내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악화되는 추세였다”며 “기업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대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정책으로 자산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경기 상황, 정부 지원책에 따라 은행 자산건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장기화 여부도 은행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메리츠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집단면역으로 수그러들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이러한 시나리오로 갈 경우에는 순이자마진의 개선과 함께 6%가 넘는 경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코로나19 유행이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로 인한 대출 성장률 둔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배당성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