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인 한국은 미국의 테이퍼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 2013년 5월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자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이라는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다만 현재 신흥국들이 조기에 금리 인상을 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종료 배경은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 속도를 종전 계획 보다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D)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테이퍼링을 현재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두 배로 높여, 내년 3월에 마무리하도록 일정을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계획(2022년 6월) 보다 빠르게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FOMC 위원들은 별도 공개한 점도표에서 내년 이후 3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인플레이션 대응 ▲고용지표 안정화 단계 ▲ 금리 인상 문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우혜영 연구원은 “이번달 초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속화 논의를 시사한 바 있다”며 “실제 테이퍼링 규모를 300억 달러로 증액했는데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훨씬 빠른 진전이 확인된 고용시장에 기인한 결정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그간 물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 문제’라고 표현했던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고용시장 안정화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11월 기준 미국 고용지표(비농업 부문)는 서비스업 고용 부진으로 예상치를 하회했으나 경제활동참가율은 61.8%로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실업률도 4.2%로 전월대비 0.4%p 떨어졌다.
실직자 수도 감소했다. 지난주 기준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4000건으로 전주(22만7000건) 대비 4만3000건 감소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1만1000건)를 하회했다.
테이퍼링·금리 인상, 2013년 긴축발작 재연 가능성은
금융권에서는 미국 연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3년 신흥국 중심으로 발생한 ‘긴축발작’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더라도 시장은 이미 ‘선반영’ 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2013년 5월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자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이라는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연준의 결정이) 매파적으로 나왔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예상 수준 정도였다”면서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앞당겨지고 정책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확대되었지만 오히려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는 좀 더 명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차례 시행될 기준금리 인상이 증시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주가에 부정적인 이벤트로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 주가 등락은 금리 인상 보다 경기 흐름에 더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S&P지수500(미국의 500개 대형기업의 주식을 포함한 지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2000년 초부터 2010년까지 금리와 지수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진투자증권 강대석 연구원은 “금리의 상승 배경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인지 경기 활황에 따른 유동성 조절인지 여부에 따라 주가의 반응은 달랐다”고 설명했다.
해외 금융업계에서도 연주의 테이퍼링 가속화가 신흥국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의 대화은행(UOB)은 “아시아의 모든 중앙은행은 지금까지 (연준의 테이퍼링 선언에 대응해) 잘 준비해왔다”며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화 선언이 아시아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리스크는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부채구조조정(대출 규제) 및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 중 하나는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20.1%, 거래대금 43% 증가한 290조원으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부양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 접근성 확대 정책이 주된 이유다.
주택시장이 상승한 만큼 가계부채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9.4%(전년 대비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3% 이상 초과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주택시장 과열 시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2023년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4000조원(GDP 대비 192%))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부채 주도의 성장정책에서 벗어나 부채 구조조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물론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과 비용 감수는 불가피하기에 국민적 설득은 반드시 해야 할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