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좋거나 물가지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놓고 본다면 현재 기준금리 인상은 그만큼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조속히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미국정부나 일부 선진국도 아직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추진은 얼핏 성급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은의 이 같은 방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대외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발(發) 금리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당초 계획 보다 빨리 진행하고 내년에 3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정책당국도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에 대응해야 합니다.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를 늦출 경우 자칫 긴축발작 현상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축발작이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등의 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신흥국에 있던 자금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앞서 지난 2013년 5월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자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가 동시에 급락한 적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급증한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과열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의 금융불균형 수준이 여전히 높다”면서 “주택시장 안정화, 민간부채 증가세 억제 등의 정책대응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리스크는 주택시장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입니다. 부동산 부문 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해 올해 3분기 중 최고치인 100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주택시장이 상승한 만큼 가계부채 비중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9.4%(전년 대비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3% 이상 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과열 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2023년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4000조원(GDP 대비 192%))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물론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리스크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어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에는 자산시장이 위축될 여지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부동산과 부채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자산시장의 위축은 은행 등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부실여신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2년 전국 주택 가격이 5.6%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신규 연체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했습니다.
현재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수많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허용한 상황입니다. 국내 은행의 중소 법인대출 규모는 올해 3월 기준 약 463조원입니다. 문제는 현재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9만9399개 가운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이 40.9%에 달합니다.
미국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커져가는 자산시장의 버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판단입니다. 실제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부채구조조정(금리 인상·대출관리)에 반발하는 여론은 여전합니다. 특히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책 추진이 벽에 부딪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몫은 당국에게 돌아갔고, 국민적 설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