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서 길을 찾다...5대 금융지주, 2022 생존 전략

빅테크서 길을 찾다...5대 금융지주, 2022 생존 전략

금융·비금융 경계 허물기
배달·편의점 등 활용 소비자데이터 확충
메타버스 통한 자금중개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2-01-04 06:01:02

KB·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내세운 경영 핵심의 공통점은 빅테크 성장에 대응하는 디지털 금융 강화다.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의 성장으로 기존 래거시(전통) 금융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종합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훌쩍 넘겼다. 

현재 5대 금융지주는 빅테크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조금씩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업을 넘어 배달, 편의점 등 비금융업을 활용해 소비자 데이터를 확충하고 사업 확대 가능성을 저울질 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은 혁신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면서 향후 미래금융의 발판을 점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 신년사는 ‘빅테크 對戰’ 

KB금융지주를 비롯해 올해 5대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에서 발견한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금융 강화’와 ‘빅테크 대응’이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의 금융 잠식에 대해 위기감을 나타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일 신년사를 통해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이에반해 우리는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보험 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이들 보다 시총이 5분의 1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문화를 중심으로 금융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빅테크 계열 금융사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제 고객은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 완성을 올해 경영목표로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제 금융업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다양한 사업모델 허용과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시대와 함께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중은행, 빅테크 대응 다각화…비금융업 진출 데이터 확보

5대 금융지주는 금융업의 빠른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 기업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비금융업권 진출을 꾸준히 모색하고 실행 중이다. 먼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금융업 영역을 침범한 만큼, 반대로 이제 은행권이 빅테크의 주요 사업에 진출해 ‘생활금융 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신한은행은 독자적 음식배달 서비스 앱 ‘땡겨요’를 지난달 22일 공개하고 베타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 서비스는 이번 달부터 시작한다. 신한은행의 배달 서비스 ‘땡겨요’는 기존 배달앱과 달리 광고비용, 가맹점 입점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시도는 사업다각화 및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서비스 활성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금융외 소비데이터를 수집하고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데이터와의 결합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위한 것”이라며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등 각종 부대비용 감소를 도모하고 비정형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이분들에게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고 우리WON뱅킹 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 배달해 주는 ‘My편의점’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에서 꽃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하나원큐’에서 ‘신차 견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신차 구매 절차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자동차 소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해당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메타버스라는 혁신기술도 접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해 게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지난해 7월 1일 오픈했다. 아직까지는 마케팅 용도에 가깝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면 가상현실·증강현실을 통한 자금중개 기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메타버스 플랫폼 ‘NH독도버스(가칭)’를 내년 3월 1일에 오픈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지주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을 경우 앱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크기에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실생활과 연계되는 플랫폼이 아닌 이상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등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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