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고민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 뿐만 아니라 대출과 결제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동남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그랩(Grab)도 온라인 쇼핑업체와 결제 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기존 레거시 은행도 빅데이터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이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지원했다면, 시중은행은 비금융부문에 진출하면서 금융업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신한은행이 시도하고 있는 ‘배달 서비스’(땡겨요)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한은행은 배달사업을 통한 큰 수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고객 데이터를 통해 ‘생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더 큽니다. 배달앱을 통해 고객(소상공인)의 데이터 확보와 금융서비스 지원(대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전략은 캐나다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의 사업 모델과 유사합니다. 쇼피파이는 원래 쇼핑몰 구축을 위한 플랫폼 기업이었으나 몇해 전부터 금융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은행의 대출서비스(신용등급 평가)와 달리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 줍니다. 즉 쇼피파이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과거 판매 동향과 매출 실적 등을 분석해 대출을 제안합니다. 만약 고객(소상공인)이 그것을 수락하면 수일 내 자금 대출이 이뤄집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 보다 훨씬 문턱이 낮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도 쇼피파이 모델을 따른 것입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업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험 및 대출지원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담보 및 보증 없이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보다 폭 넓은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빅테크와 시중은행의 데이터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미 전통적인 은행들은 각자 IT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상업은행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라이프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형의 데이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즉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과거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처럼, 은행도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즉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본서비스(라이프 플랜)을 제공하면서 부가적인 서비스(대출 및 투자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은행도 데이터 확보를 위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IT전문가들이 부족하고, 디지털 금융 구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당장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만 한 애플리케이션부터 간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