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92.54p(1.07%) 하락한 3만6407.11로 장을 마감했다.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92.96p(1.94%) 내린 4700.58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2.54p(3.34%) 떨어졌다.
이날 미국 증시가 흔들릴 것은 지난 12월 열린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내용(의사록)이 공개되서다. 이 의사록에는 미국의 긴축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3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또한 연준은 물가 관련 문구에서 일시적(transitory)이란 단어를 삭제하고 높은 물가 상승률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존 전망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우혜영 연구원은 “연준이 경제, 고용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고려하면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당초 전망했던 3분기에서 2분기로 수정한다”고 진단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예상 보다 빨라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증권 유승민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양적긴축을 조기에 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흡수되기에 자금이 빠져나간다”며 “대체적으로 이러한 정책 요인들은 주식시장에 조정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경우에 금리 인상을 한다. 하지만 지금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점에서 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국내 시장의 불안요소를 커지게 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 상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 인상을 빠르게 시행할 경우 경기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발 금리인상은 대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한국 경제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2018년부터 브라질, 터키,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 미국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통화가치 및 주식 하락 등 불안한 금융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금융 및 실물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의 58%를 차지하는 신흥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서상영 본부장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불확실한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자산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만약 자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빚투(레버리지 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20.1%, 거래대금 43% 증가한 290조원으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부양 및 위기 극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 대출 접근성 확대 정책이 주된 이유다.
주택시장이 상승한 만큼 가계부채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9.4%(전년 대비 기준)를 기록했다. 현재 가계부채는 GDP(국내총생산)를 초과한 상태다. 더군다나 단기성 레버리지 투자인 임대보증채무 비중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변수는 대선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 유승민 팀장은 “국내 주택경기는 외부적인 요인 보다는 정부의 대응 방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