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곤 김해시장은 '일(행정)'욕심이 강한 편이다.
공직자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는 청신호로 작용한다.
문제는 그가 추구하는 시정 스타일이다.
시정 방향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상의 삶과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허 시장은 취임 이후 세계 안전도시 김해를 시작으로 환경도시 김해, 역사문화도시 김해, 여성과 아동친화도시 김해를 추진했다.
여기다 가야 왕도 김해, 박물관도시 김해, 경제도시 김해, 스마트도시 김해 등 도시 이미지 구축에 열을 올렸다.
올해는 WHO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하겠다고 한다.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하면 김해시는 무려 10여 분야 도시에 가입하는 셈이다.
그의 이런 시정 스타일이 훗날 치적이 될지 아니면 구색맞추기용 보여주기식 시정으로 전락할지는 알 수 없다.
현실은 김해의 미래 위상과 시민 자존심을 위해 필요하다는 '긍정론'과 실속 없이 늘어놓기만 하는 일방통행식 시정이라는 '부정론'으로 맞선다.
주목할 점은 '선장(시장)'의 목표 지점과 '선원(시민)'의 목표 지점에 엇박자가 생기면 배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회적 안전도시를 표방한다 해도 약자들의 피해나 사건·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 이미지도 제대로 된 대기업이나 명품기업 하나 유치하지 못한다면 속빈강정에 불과하다.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실속과 실리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시정스타일을 추구할까.
나는 그 원인으로 그가 탄알이 주변 곳곳으로 흩어지는 일명 '산탄식 시정'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 분야를 특화해 명품도시 반열에 오른 지자체들의 성공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남지역 지자체들만 해도 거창군은 연극을 무기로 한 거창국제연극도시로, 통영시는 작곡가 윤이상을 활용한 통영국제음악도시로 명성이 높다.
진주시는 일찍 교육도시로 자리 잡았다.
산청군은 약초를 활용한 산청한방약초도시로 이미지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김해시는 '가야 왕도 김해'를 표방한지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김해를 연상하면 당장 떠오르는 도시 이미지가 잡히지 않는다.
줄기보다 가지만 무성하니 도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김해=?(물음표)'를 '김해=!(느낌표)'로 바꿔야 한다.
명품도시는 이름이 많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세상은 지자체간 차별화가 도시의 승부를 가르는 시대로 변했다.
산탄식 총기는 작은 새를 잡을 때는 유용하지만 대붕이나 덩치가 큰 짐승을 잡을 때는 쓸모가 없다.
50만 대도시 반열에 오른 김해시는 '산탄식 시정'이 아닌 특화된 '선택적 시정'을 펼쳐야 할 때다.
일반 퓨전음식점이 아닌 김해만의 전문음식점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종목에서 스타가 되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프로선수는 한 종목에서 나온다.
대안은 타 지자체들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찾아 선점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허 시장은 남을 따라하거나 추격하는 시장이 아닌 남들보다 먼저 선도하는 선도시장의 길을 지향해야 한다.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