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시공사가 이번 사고의 주체인 만큼 상환 여부에 대해서 추이를 논의하고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이 조달된 관계로 상환 기간은 당초보다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여러 신축분양 단지에 자금조달에 참여한 금융사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시공사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설령 분양을 하더라도 흥행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사업 시행에 지분을 투자한 곳은 더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화정 아이파크 지원 금융사, 회수 기간 길어질 것‘
20일 IB(투자금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사업(화정 아이파크)에 자금을 조달한 금융사들은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화정 아이파크 신축사업 시행사인 HDC아이앤콘스에 중도금을 대출해 준 상태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두 회사가 대출해 준 중도금 실행액은 818억1405원에 달한다. 은행 관계자는 “차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위한 PF금융지원에 참여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유안타증권 등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자금 상환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과 같은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며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시기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논란이 큰 만큼 HDC현산 측에서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는 것도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시행사 HDC아이앤콘스가 추진한 여러 사업에 PF지원을 해 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난 2020년 말 기준 시행사 HDC아이앤콘스에 조달한 전체 PF자금(유동성장기부채+장기차입금)은 900억원에 달한다.
유안타증권도 화정동 신축 사업을 위한 PF자금을 조달했으나 현재는 회수한 상태다. 유안타증권은 SPC(특수목적법인)인 ‘와이케이제이피제육차’를 통해 1040억원에 달하는 ABSTB(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고 이미 상환을 완료했다.
HDC현산과 손 잡은 금융사 ‘당혹’…“분양 사업, 당초 보다 지체될 수도”
금융사들은 이번 화정동 붕괴 사태가 자칫 다른 사업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브랜드 가치(아이파크)가 크게 실추됐기에 자칫 화정동이 아닌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여론이 안 좋은 만큼 PF조달이나 대출에 참여한 금융사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정이 안좋다 보니 분양 시기도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일부 증권사는 HDC현산이 시공을 맡은 도시개발사업에 지분도 투자한 상황이다. KB증권은 ‘대전 유성구 도안 2-2지구 도시개발 사업’ 시행(유토개발2차)에 약 15% 지분을 출자했고 자금도 조달했다. 알려진 바로는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현대산업개발의 신용으로 발행한 ABSTB(전자단기사채)를 인수했다. 금액은 약 3750억원이다. 시행사 유토개발2차가 이 인수금액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를 매입했다. 이에 삼성증권 관계자는 “관련 물량을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