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지원책의 일환으로 상환 등을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과 이자만 1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수장이 ‘3월 말 연장·유예 지원 종료’ 원칙을 언급한 가운데, 실제로 재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영업자 등의 상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주(대출을 받은 이)의 상환이 어려워지면 은행의 부실채권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현재 시중 은행은 대출자들과 상담을 통해 상환·거치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연착륙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이른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129조694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했다. 다만 대선 직후 정치적 고려에 따라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재연장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부실이 커질 수 있어서다. 현재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4명이 폐업을 고려하는 등 비관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출을 탕감하지 않는 한 유예가 되더라도 결국 갚을 수 밖에 없다”며 “상환이 그만큼 늦어지면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도 잠재된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의 이자 상환도 하지 않았기에 차주의 신용도도 알 수 없게 되고 그럴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자 상환 유예가 지속된다면 차주의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들은 이미 지원 대상 소상공인·중소기업들에 유선 또는 SMS(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유예 종료일과 납입기일 등을 안내했고, 상담을 통해 대출자들과 함께 지원 종료 이후 상환 계획을 짰거나 짜고 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