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유가·코스닥 상장 규정의 의무보유제도를 고쳐 상장 신청 기업의 임원 등이 상장 이전에 부여받은 주식매수선택권을 상장 이후 행사해 취득한 주식도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신규 상장에 적용되는 의무보유(lock-up)제도는 특별한 이해관계나 경영상 책임이 있는 자(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가 소유한 주식 등에 대해 일정 기간(통상 6개월) 처분을 제한한다. 이로써 상장 초기 대량매도로 인한 시세 급변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주가가 조기에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행 규정상 상정 전에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을 상장 후 행사해 취득한 주식에는 의무보유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의무보유제도의 기본취지를 우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은 상장 이후 한달 남짓 지나자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총 44만993주(약 900억원)를 전량 매도했다. 이 가운데 류 전 대표는 23만주를 팔아 469억원의 차익(현금화)을 냈다. 하지만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는 주가 하락을 불러왔고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을 샀다.
금융위는 임원 등이 상장 이전에 받은 스톡옵션을 상장 이후 행사해 취득한 주식도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의무보유 대상 기간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은 취득 시점부터 잔여 의무보유 기간까지 처분이 제한된다.
예를 들어 상장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한다면 그 후 4개월 동안 의무보유가 적용된다.
의무보유 대상자에는 현행 이사, 감사, 상법상 집행임원 외에 상법상 집행임원에 더해 ‘업무집행지시자’가 추가된다.
업무집행지시자는 이사가 아니면서 회장·사장·부사장 등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경영진을 가리킨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는 의무보유 대상 임원에 업무집행지시자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
금융위는 또 의무보유기간 만료 때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상장기업이 자율로 대상자별 의무보유기간을 달리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기본 6개월 외에 2년까지 기간을 추가해 의무보유 기간을 차등 설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대표이사(등기임원) 보유주식은 기본 6개월에 6개월을 더해 1년간 보유하게 하고, 업무집행지시자 주식은 기본 6개월만 처분을 제한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상장기업의 자율적 보유 확약으로 6개월을 초과하는 의무보유 대상 주식에 대해서도 예탁결제원에 등록, 관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장할 때 의무보유 대상자, 대상자별 주식 내역과 보유기간 등을 증권신고서를 통해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하게 할 계획이다.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즉시 시행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