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금융 거래망에서 퇴출시키는 등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경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입 대금 결제와 금융 거래가 차단된다.
또한 두 국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된다면 해당 지역 내 원자재 공급이 절반 가량 축소될 수 있고, 반도체 수급과 같은 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서방 진영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국내 기업 타격 불가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스위프트는 200여 나라 1만1000여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국제 송금·결제 시스템이다. 특정 국가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될 경우 달러 결제를 할 수 없어 원유, 천연가스 수출이 중단되고, 중앙은행의 외환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해외 대출과 투자도 어려워진다. 때문에 스위프트 퇴출을 금융 핵무기로 불린다.
다만 러시아와 거래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손실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되면 국내 기업은 대금결제 지연 및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대금결제 15건(42.9%), 물류 14건(40%) , 정보제공 6건(17.1%)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약 150개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우선 정유·화학 부문에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러시아는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12.6%, 천연가스 16.6%를 담당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물량을 유럽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가동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 원유가격 및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급도 부담이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 하건형 연구원은 “두 국가가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해당 지역 내 원자재 공급이 절반 가량 축소될 수 있고,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업종의 손실도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 규모는 약 12조 원으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유안타증권 이현수 연구원은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가해지면서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급등했다”며 “루블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은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업종의 영업이익률 훼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압박 커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에너지와 광물 자원의 수출국이다. 해당 지역에서 위험이 두드러질 때 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상승세를 보여왔다”며 “결국 이 같은 물가 압력 상승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도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진다면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고 이를 감안하면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봐가며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변수가 없다면 오는 3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향후 몇 개월에 걸쳐서 추가 인상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입장을 다소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