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를 또 맞아야 하나. 도대체 몇 차까지 맞아야 하는 건지 지겹다는 생각도 든다. 3차 접종을 맞은 뒤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4차 접종은 꺼려진다.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4차 접종에 대한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지켜보다가 맞을지 고민해보겠다.”
14일 60대 고령층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한다는 안내 문자를 받은 윤모씨(64)는 한숨부터 쉬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예방접종 횟수가 2년간 4회째 거듭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한 것이다. 백신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방역당국은 14일 1962년생과 그 이전 출생자 중 3차 접종 완료 뒤 4개월(120일)이 지난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을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백신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60세 이상 연령층 중증·사망 예방과 오미크론 유행 지속, 신규 변이 바이러스 유행 등 불확실성을 고려해 4차 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특히 80세 이상에는 4차 접종을 적극 권고했다.
다만 고령층이 얼마나 4차 접종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방역패스 같은 실질적인 유인책도 없을뿐더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큰 상황이다.
기확진자가 늘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력이 있다면 2차 접종까진 적극 권고하지만 3‧4차 접종은 희망하는 경우에만 접종하면 되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누적 확진자는 지난 9일 기준 261만8737명이다. 4차 접종 대상자(4월 말 기준 1066만명)의 5명 중 1명 이상은 기확진자인 셈이다.
특히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이 나오는 등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국내외 연구 결과를 근거로 4차 접종 효과가 분명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2개 요양병원 입원자(58~94세, 74명)를 대상으로 4차 접종 효과를 연구한 결과 3차 접종 완료한 경우에 비해 4차 접종 후 항체가 크게 증가했다. 이스라엘에서는 3차 접종 대비 4차 접종 4주 후 감염은 2.0배, 중증은 3.5배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에선 미국(50세), 이스라엘‧프랑스(60세), 호주(65세), 독일(70세), 영국(75세 이상)은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덴마크는 4차 접종을 시행했다가 전면 중단했다. 3차 접종으로도 고위험군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접종 대상자들 사이에선 4차 접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문모씨(65)는 “백신을 맞고 1주일 내내 앓았다. 4차 접종은 꺼려진다”고 말했다. 김모씨(68)도 “3차 접종까지 백신 후유증은 없었지만 정부에서 강력 권고하지 않는 한 4차 접종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주변에서 백신 부작용을 겪은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김모씨(86)는 “3차 접종 후에 얼굴이 심하게 붓는 부작용을 겪어 백신 부작용 우려가 크다”면서도 “맞으라니 맞긴 맞겠다. 3차 접종 뒤 4개월이 경과하면 맞으러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추가접종보다는 치료제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방역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4차 백신의 효과는 2달도 안 가고 예방효과도 떨어진다. ‘이부실드’ 같은 장기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욱 도움 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근염 같은 백신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5~7차 백신 접종을 계속할 순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백신 추가 접종보단 치료제 공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 방법을 바꿀 때다. 백신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