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을 두고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시험 당시 특혜가 있었느냐가 인사청문회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호영 딸에 평가위원 3명 모두 ‘만점’… 논란의 3고사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도 의대 학사편입 구술평가 결과조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 딸(29)은 구술평가에서 3고사실에서 평가위원 3명으로부터 모두 만점(20점)을 받았다.
정 후보자 딸이 3고사실에서 다른 고사실에 비해 다소 높은 점수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3고사실 평균 점수는 20점 만점인데 비해 1‧2 고사실 평균 점수는 17.3점으로 편차가 있었다. 게다가 3고사실 평가위원 3명 모두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의혹이 증폭됐다. 3고사실 평가위원 중 한 명은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이며, 다른 2명은 논문 공저자였다.
이에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지 않았다면 정 후보자 딸이 합격선에 들기 어려웠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복지위 소속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예비 후보 5번으로 합격한 정씨의 총점은 불합격자 중 최고점자와 6.81점 차이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씨가 3고사실에서도 1·2고사실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정 후보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18일 보도설명자료 통해 “3개의 고사실이 각각 생물, 화학, 추론으로 시험과목이 다르다. 같은 고사실에 있는 3명의 평가 위원들의 점수는 학생별로 대체로 유사한 점수가 나타나게 된다”며 “후보자 딸에 대해 3명 평가위원이 동일하게 만점을 주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북의대 교수도 정 후보자를 두둔하며 ‘아빠찬스’ 의혹을 반박했다. 이재태 경북의대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후보자 딸은 결국 33명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38등이고 후보합격자 5순위가 됐다. 그러나 수도권 의대에 합격된 학생이 제법 빠져서 결국 정교수 딸은 편입생 33명 중 27등으로 입학했고, 그 뒤로 5명이 더 있다. 봐주려면 처음에 바로 합격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입학 때 생긴 특별전형… 병역 판정 의혹도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이었던 2018학년도에 아들(31)이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했다. 아들은 17명 선발에 98명이 지원한 지역인재 특별전형에 붙었다. 해당 전형은 2018년 신설됐다가 4년 뒤 사라졌다.
당시 학사 편입 전형은 1차에서 대학성적과 영어·서류전형, 2차는 면접과 구술 평가로 진행됐다. 800점 만점 중 500점은 경북대 의대 교수들의 주관적 평가로 채점된다. 심사위원 재량 권한이 컸던 터라 ‘아빠찬스’ 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편입 전형에 제출된 학술논문 2편에서 다른 공저자는 모두 석박사지만 정 후보자 아들만 유일하게 학부생인 점도 의심을 샀다.
이에 정 후보자는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장은 지역인재 특별전형 실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장관 후보자 아들의 대학시절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 2편도 의과대학이 아닌 공과대학 전공 관련 논문으로,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논문 작성에 참여한 것이다. 절차상 부당한 과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판정 의혹도 제기되며 논란의 불씨가 커졌다. 정 후보자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을 때 병무진단서를 발급받은 병원이 경북대병원이었던 탓이다. 심지어 2010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2015년 재검에서 판정이 바뀐 것이다. 그가 척추 질환 진단 후 1년9개월간 병원을 찾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아들이 대학 재학 중이던 2013년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경북대 병원에서 MRI를 촬영해보니 척추협착증 소견이 나왔다”면서 “경북대병원의 2번의 MRI 검사, 병무청의 CT 검사와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을 한 것으로 엄격한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판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시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거센 비판 여론에도… 정호영 “인사청문회서 해명할 것”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사 출신’으로 현장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던 의료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장관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며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그는 공정을 훼손한 사람이며,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이다. 장관의 권위도 상실됐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진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불법행위는 없었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가 적극적인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 편입과정과 정 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윤 정부의 공정이 훼손되지 않고 많은 국민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거취에 대해 직접 결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후보자 논란은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본인이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지만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 해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에서 전략비전실장을 역임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서류위조, 가짜표창장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확정판결 받은 반면 정 후보자는 아빠찬스 의혹으로 국민정서법이라는 ‘관습법’ 위반이 확산되고 있다”며 “40년 지기 윤 당선인을 위해 복지부 장관이라는 벼슬을 탐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그는 17일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해 합리적인 검증을 받기를 소망한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보다 자세히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부에서 저희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신중한 모습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당선인의 입장부터 바라는 것은 조금 조급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검증의 시간은 이제 국회 청문회로 지켜봐 주시라”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