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청년 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각 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의 정치행보를 보였다. 각자 변화·쇄신 이라는 핵심 가치를 두고 6·1 지방선거를 치뤘다. 다만 두 청년 대표가 보여준 메시지와 행보, 그리고 결과까지 달랐다. 이 대표는 당을 변화 시키기위해 가장 먼저 움직였고, 박 전 위원장은 당 쇄신을 우선 과제로 두고 가끔은 독자적 행보를 펼치기도 했다.
이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청년으로 분류되는 당 지도부 인사로 0선이다. 박 전 위원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광범위한 성착취 범죄를 벌인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을 통해 이재명 캠프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대선 패배 이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민주당에 합류했다.이 대표는 10여 년 전 정계에 입문해 ‘박근혜 키즈’를 거쳐 노원구 병에 3번째 입후보를 한 경험이 있다. 또 세대교체의 강한 여론과 함께 지난해 6월 첫 30대 당대표가 됐다. 두 청년 지도부는 0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 경력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두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를 이끌었다.
‘공천룰’, 이준석 “능력제” vs 박지현 “할당제”
두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박 전 위원장은 여성과 청년 공천 30% 이상 확대 방침을 고수하면서 기성 정치권 교체에 집중한 반면 이 대표는 ‘PPAT’(공천자격시험)을 도입해 능력 위주의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박 전 위원장은 “쇄신과 변화에 맞춰 여성과 청년 공천을 확대하고 지방의회에 청년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도입에 실패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이미 한차례 자격시험 도입을 공약했다. 이후 이 대표는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의힘 공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당을 새롭게 변모시켜야 한다”며 능력주의와 개방성을 강조했다.
단독 행동 멈춘 이준석 vs 쇄신 밀어붙인 박지현
지난 대선 당시 갈등을 일으켰던 이 대표는 지방선거에 들어와 협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AI 윤석열 지방선거 지원 탄핵 발언과 김포공항 이전 등 악재가 발생했을 때 소통관에 방문하거나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시면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이어서 그는 다음날인 25일에는 당 내 성비위 문제와 586그룹 용퇴 등을 내걸었지만 지도부는 이에 격분하며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 윤호중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은 책상을 내리치며 “이게 지도부냐”라는 등의 고함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박 위원장의 당 쇄신안 발표가 지도부와의 논의 과정 중에 돌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결국 박 위원장의 단독 플레이는 내홍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준석, 험지 방문하고 민주당 집중공세 vs 박지현, 당 쇄신에 집중
선거 주요 전략에서는 이 대표는 험지 행보를 이어갔다. 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이 대표는 전남과 전북, 제주 등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현수막 훼손’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직접 현수막을 달기 위해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수도권 서부 대개발’을 발표하고 ‘김포공항 이전’을 발표하자 이 대표는 즉시 대응에 나섰다. 이 대표는 “(김포공항) 이전이라고 하지만 원주와 청주를 방문해 탑승하라고 하는 것은 김포공항 폐항”이라며 “폐항할 경우 수도권에서 제주도를 찾는 것도 어려워지지만 제주도민이 수도권을 방문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이 AI 윤석열을 통해 지방선거 운동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제주도 일정을 취소하고 즉시 국회 소통관에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대응했다. 그는 “민주당이 가진 170여석의 권력이 그들의 언사를 거칠게 만들고 있다”며 “AI 윤석열은 대선기간에 제작된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 선거 개입을 운운하는 것은 악의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줄곧 당 쇄신에 집중했다. 그는 지난 대선의 패배원인으로 당내 혁신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세대 교체론을 꺼내들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도층 포섭을 위해 팬덤정치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4일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팬덤 정당이 아닌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짤짤이’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민주당 의원에 대해 “당내 윤리심판원이 지방선거 전에 징계 절차를 마치라는 비대위원장의 요청에도 선거가 끝난 후인 20일에 차기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지자체장 성비위 사건 이후에도 이렇게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두 청년 대표가 낸 메시지 모두 당 미래와 적합했다”
전문가는 두 청년 대표의 메시지 모두 당의 미래에 적합했다고 봤다. 다만 박지현 전 위원장은 자신보다 당을 앞에 뒀으며 이준석 대표는 당 앞에 나서서 진두지휘 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 경력이 오래된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위원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두 대표가 낸 메시지가 당의 미래와 적합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이준석 대표 같은 경우 당의 변화, 혁신을 위한 메시지를 많이 냈다. 그건 국민의힘 미래와 맞물려 있다. 그리고 그는 그걸 성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호남 지역을 가기도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어 “박지현 위원장도 선거를 앞두고 당의 쇄신과 혁신을 강조한 만큼 당의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며 “그 아이콘이 갖고 있는 큰 가치는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함께 고민해서 같이 나아가자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당을 살려 보고자 당을 앞에 놓고 진두지휘 했다면, 이 대표는 당 앞에 나서서 당을 끌고 나갔다”며 “이 대표는 ‘내가 없이는 당이 변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많았고, 박 위원장은 ‘당의 변화 없이는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가 많았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