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부는 ‘세대교체론’...힘 못 받는 이유는?

민주당에 부는 ‘세대교체론’...힘 못 받는 이유는?

강병원 “세대교체는 끝이 아닌 시작. 목적지는 시대교체”
차별성 있는 혁신 메시지 없다는 한계 지적도

기사승인 2022-06-23 06:20:02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재선의원 간담회를 앞두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 후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었다. 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와 관련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비롯한 신진 세력이 당을 이끌어나가야 된다는 ‘세대교체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계파수장인 이재명 의원 등이 나오지 말아야 된다는 주장이 깔려있다. 다만 이재명 대항마로서 떠오른 세대교체론이 추구하는 혁신의 메시지가 부족해 선거 치르기 위한 ‘명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먼저 이광재 전 의원이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70~8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재명 홍영표 의원 등의 불출마를 제안한 것이다. 지선 패배 후 극심한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있던 의원들은 물러나야한다는 뜻이다.

이에 당내 97그룹의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과 원외에서 활동하는 김해영 전 의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중 실제로 출마를 고심 중인 분들도 있으며,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세대교체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도 있다. 

당내 97그룹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강병원 의원은 지난 21일 “세대교체는 끝이 아닌 시작이며 우리의 목적지는 ‘시대교체’”라며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가치와 이를 상징할 인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일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이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그것이 큰 원칙’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당대회,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에너지가 넘치는 전당대회가 되기 위해서 민심반영 최소 50%의 제도적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혁신의 길로 함께 나아가길 촉구한다”고 했다. 

97그룹이 다수 포함된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22일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들은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아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계파 갈등을 일으킨 분들도 나오지 말아야 하며 이는 모두 혁신과 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대교체론의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그룹들이 다른 세대와 차별성 있는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 등 한계가 적잖이 지적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새로 뽑는 당 대표는 공천권을 가지기 때문에 힘이 막강하다. 제일 유리한 이재명 의원을 밀어내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온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97세대 의원들 중 민주당이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세대교체는 양보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라며 “단일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이겨서 싸워야 되는 것이다. 세대로 제한할 것이 아니다. 지금은 누구가 양보하고 난 다음에 내가 1등 한다는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민주당에서 인재들이 발굴이 되지 않고있다”고 꼬집었다. 

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세대교체론은 늘 있어왔던 얘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40대 기수로 끌고 올라왔고 정치는 항상 젊고 변화는 쪽으로 초점을 두기 때문에 신구갈등이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에 ‘명분’을 더해 본인들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대교체론을 또다시 꺼내든 것”이라며 “사실 97세대들이 그동안 민주당을 위해 혁신의 목소리를 내왔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세대교체론에 대해 선거를 나가기 위한 하나의 명분으로 보는 듯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를 하기 위해선 학번과 태어난 연도가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낼 건지가 중요한데 아직 그런 게 없다”며 “당내 풀뿌리 당원들은 국민 여론과 비슷하게 반응하는데, 97세대들이 들고 나온 세대교체론에 대한 메시지가 아직 민심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다른 세대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세대 교체론이 힘을 못 받고 있다”며 “세대교체론은 본인들이 들고 나가는 게 아니라 따라와야 되는 것이다. 나이나 숫자가 앞에 나오면 안 되고 메시지와 국민들의 마음을 잡는 것들이 앞에 나온 상태에서 이걸 주도해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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