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가 무산됐다. 입당 6개월을 채우지 못해 피선거권이 없던 그가 출마하려면 당무위원회에서 ‘예외’로 보고 의결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선을 그은 것이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에 빠르게 정리가 됐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가 출마 불허 결정을 내리자 사실상 불복 선언을 했다. 

5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은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소중한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만한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당무위에 박 전 위원장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예외 적용이 가능한지 당에서 논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우 위원장은 예외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문제는 아니다”며 “다만 출마를 하고 나서라도 뭔가 조율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다들 너무 놀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출마하는 분이 피선거권이 없다고 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라며 “잘 조율해서 풀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 비대위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고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러웠던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도 박지현 전 위원장을 아낀다. 그래서 왈가왈부 하지 않으려고 우상호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소중한 인재’라고 말씀하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가 당 내부에서 논의하는 과정들이 필요한 게 아니였을까”라고 부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공직 선거와 당직 선거 출마의 기준은 다르다”며 “당직 선거 출마에서 6개월이 안 된 박 전 위원장에 예외적인 자격을 줄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전용기 의원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같이 말하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 예외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나 그동안 박지현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민주당이 자기의 개혁성향을 주저 앉히기 위해서 당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 할까봐 우려된다”며 “이번 비대위 결정은 박 전 위원장님 스타일대로 원칙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의 방침에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의원은 무엇이 두려우냐"며 "오늘 비대위는 당 외연 확장과 2024년 총선 승리는 안중에 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께서 피선거권도 없는 제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공동비대위원장에 앉힌 그 조항이, 그 때는 공정이었지만, 지금은 불공정이라고 한다"며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사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전문가는 박지현 전 위원장이 무조건적인 비판만 하는 메시지로 실책을 낼 것이 아니라 그의 위상에 맞는 말들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도 더 많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논의할 대상도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박지현도 감수해야 된다. 왜냐하면 본인 능력이 안 된 것이 아니고 당원 당규에 규정되어 있는 걸 안 된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당의 전체적인 대의를 위해 조건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게 나을 것”이라며 “새 지도부가 들어오면 또 역할을 할 수 있을 수 있다. 아직 박 전 위원장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했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이 무조건적인 비판만 하며 실책을 낼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고 또 자기의 위상에 맞는 말들만 해나가면 그의 목소리가 외롭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