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KTX 역사 앞에 광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정읍경찰서 역전지구대 이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에 정읍시와 정읍시의회, 정읍경찰서 등 관계기관도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정읍역 앞에서 보면 광장 가운데로 지하차도가 지나고, 차도 옆에는 건축물이 없이 역전지구대만 홀로 덩그러니 서있다. 역전지구대가 정읍역을 가리고 있어 답답함을 주고, 역전 광장에서 장터나 문화예술 행사를 열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정읍시민 김모씨는 “드넓은 광장이 지하차도와 역전파출소로 인해 1/3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광장을 정읍의 랜드마크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읍역은 지난 2015년 KTX 정차역으로 개통되면서 부안과 고창 등 인접 지역에서도 이용하는 서남권 교통 거점으로 부상했다. 역전지구대는 2015년 KTX 역사가 들어선 이후 5억 300만원을 들여 정읍역 관광안내센터 인근에 신축되면서 논란의 발단이 됐다.
역전지구대 바로 옆에 지난 2006년 들어선 관광안내센터는 건축물 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불법 건물로 정읍역을 가리고 있는 불법 건축물에 대해 시민들은 철거를 요구했다.
시민들의 철거 요구에도 정읍시는 KTX 정차역으로 효용가치가 높아지자 보란 듯이 이 건물에 11억여원을 투입, 홍보전광판과 농특산물판매장으로 리모델링해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했다.
관광안내센터 건물을 철거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곳에 역전지구대까지 들어섰다. 당시 연지상가번영회 등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도 관광안내센터 리모델링과 역전지구대 신축을 반대했지만 사업은 강행됐다.
그 후로도 시민들의 철거·이전 요구가 빗발치자 정읍시는 결국 2020년 코레일과 협의해 관광안내센터와 농특산물판매장을 정읍역 2층 대합실로 이전하고, 리모델링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건물을 철거했다.
관광안내센터가 철거되자 이전 계획이 없는 역전지구대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에 정읍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제26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읍역 광장 앞 역전지구대 이전 대책 촉구 결의문’을 채택, 역전지구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정읍시는 “신축된 역전지구대 청사를 철거하려면 최소 20년 이상 경과돼야 하는데, 7년밖에 안 된 건물을 철거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역전지구대 이전을 위해 결성된 ‘역전지구대 이전촉구운동본부’(공동대표 나종무·유승훈)는 이용객이 많은 지난 8일과 9일 추석 연휴기간 가두행진과 함께 서명운동을 통해 이전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연지상가번영회, 중앙상가발전협의회, 새암길상인번영회, 우암로상인회, 샘고을시장상인회, 수성지구상가번영회 등 정읍시내 6개 상가번영회가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역전지구대를 광장 북쪽으로 이전하고, 지하차도로 단절된 남측 광장과 북측 광장도 연결해 정읍역 광장 전체를 활용한 공연이나 행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역전지구대 이전의 관건은 예산 확보에 달려 있다. 신축건물 이전 요구에 예산 낭비 논란은 차치하고도, 철거와 신축 이전 관련 예산을 시에서 부담할지, 국비로 충당할 지도 논란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역전지구대 이전에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읍=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