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성남지청 일대에는 이 대표 지지단체와 규탄단체가 대거 집결했다. 두 진영으로 갈린 대규모 집회가 성남지청 입구 앞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9시 경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성남지청 입구 앞 도보 일대에서 ‘우리가 이재명이다’ ‘표적수사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외쳤다. 약 400여 명 정도가 모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천막을 치고 파란 풍선과 따뜻한 커피 등을 나눠줬으며 ‘지키고 힘들 땐 내게 기대’ 등 손수 만든 피켓도 제공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 대표 규탄단체들이 확성기를 통해 ‘대장동 수뇌부 이재명 체포하라’ 등을 외치며 맞불 집회를 했다. 규탄단체와 지지단체 모두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 2대를 설치했으며 트럭 위에 올라서서 현장을 진행하는 자도 있었다. 지난해 치러진 제 20대 대통령선거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고 극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지단체 측은 ‘건너편에 있는 xx들한테 욕 먹으니 인도를 확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회가 허가된 도보 외에 인도에서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규탄단체측은 경찰들을 향해 ‘시민들 시야를 가리지 말아 달라, 피의자 이재명을 볼 수 있게끔 해달라’라고 요청했으며 ‘횡단보도를 건너지 마라 여기 외쳐라’ 등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지단체 측을 향해 ‘피의자 이재명을 지켜온 저자들도 함께 구속될 것’이라고 외쳤다.
‘피의자 이재명 검찰출석’ 피켓을 든 김모씨(59세)는 쿠키뉴스와 만나 “야당 탄압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야당 탄압이냐.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구속될 것”이라고 했다.
성남지청 앞 이 대표를 지지하는 안모씨(90세)는 몸이 불편해 보행기를 타고 와 이재명을 지키자고 외쳤다. 그는 쿠키뉴스와 만나 “성남에 53년 살았다. 그동안 이 대표를 지켜봐왔지만 그는 무죄한 사람”이라며 “이 대표의 형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무죄한 사람한테 왜 이렇게 까지 하느냐”고 했다.
경찰은 병력 900여명을 배치해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성남지청 인근에 집회를 신고한 인원은 23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지단체 측은 약 600여명, 규탄단체 측은 약 200여명에 달했다. 취채진도 100여명이 몰려 이날 현장에는 총 3000명 넘는 인원이 모여 혼잡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 사이 민주당 지도부 및 자당 의원 30여 명은 성남지청 입구 앞에서 이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모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한 채 침통한 표정을 유지했다. 민주당 3역인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인 정청래, 박찬대, 서영교, 고민정, 장경태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외에도 천준호, 김영배, 황명선, 안호영, 조정식, 김병기, 이해식, 김의겸, 문진석, 정태호, 주철현, 강선우, 한준호, 최기상, 임오경, 김태년, 전용기, 양부남, 정진욱, 안귀령 등도 함께 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20분 경 도착했다. 그가 성남지청 입구에서 차량에 내려 도보를 통해 올라가기 시작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옆에서 함께 움직였으며 지지자들도 응원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시작했다. 지지단체들은 지난해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설 당시 공식 선거 로고송인 ‘질풍가도’를 대형 트럭에 설치된 스피커로 크게 틀고 북을 치며 맞이했다.
이 대표가 등장하자 일부 의원과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임오경 의원은 흐르는 눈물을 닦았고, 박찬대 의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지자들은 파란 풍선과 안개꽃을 흔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일부 지지자들은 ‘불쌍해죽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성남지청 직원들도 창문 밖으로 이같은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대표는 10시 40분경 수원지검 성남지청 본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소환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검찰의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182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