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송상재)이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전북도청노조는 도청 내 감사관실 조사와 별개로 노조 주관으로 이달 말까지 갑질 관련 온라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도청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행정포털을 통해 지난 17일부터 공직 전반에 걸쳐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도청 내 직장 상사의 갑질 논란에 도의원까지 포함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송상재 노조위원장은 “지난 2021년 도의회에서 갑질 파문으로 도청이 쑥대밭이 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불거졌다”며 “강력한 처벌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2021년 11월에 터진 송지용 의장의 욕설 파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송 의장은 장례식장 의전을 문제 삼아 김인태 도의회 사무처장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후 사과하기 위해 김 처장이 의장실을 찾아가자 또다시 10여분에 걸쳐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송 의장을 징계하고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완주군수 출마를 준비하던 송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지만 낙마하며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전북도의회 김성수 의원은 지난 6일 자치행정국 소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도청에서 일어난 똑같은 갑질 사건에 대해 A팀장은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B팀장은 제대로 된 조사조차 없이 영전에 가까운 해외 파견이 결정됐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또한 김 의원은 “B팀장이 인사팀 출신이라 문제를 덮어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북도청노조의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년간 갑질을 당한 경험 ▲가해자 직급 ▲심각성 정도 ▲갑질에 따른 영향(휴직, 우울증 등) ▲2차 피해 ▲갑질 근절을 위한 처벌 및 대책 등 9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갑질의 심각성과 내용을 육하원칙에 의해 상세히 기술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녹음파일, 메모 등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송상재 위원장은 “갑질 논란이 건전한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고, 도지사와 도의장을 비롯해 가해자와도 면담을 추진해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