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도입한 화물운송산업의 표준운임제를 지적하며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번호판 장사, 패널티 규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도 표준운임제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평가토론회에서 “화물운송사업 정상화만큼은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장관부터 듣기 거북한 말로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는 때려잡을 적이 아닌 국민”이라며 “일방적으로 힘으로 누르려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운임제는 화물 노동자 목숨을 건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지난 6일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의 배경이었던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화주의 운임 지급 의무 및 처벌 삭제)을 통해 관리하여 시장기능을 회복하고 운수사-차주 간 운임계약은 강제하여 차주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해 가이드라인 형태로 운임제를 개편한 것이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은 표준화, 규격화 등 기술적 가능성을 감안,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하여 3년 동안 운영하고 제도운영 결과를 분석 후 지속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당정은 화주로부터 일을 받지 않고 면허만 빌려주고 돈을 버는 지입전문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지입전문회사들이 불법이나 탈세가 있을 경우 회사 면허를 회수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정은 운송회사가 지입료를 원칙으로 하고 일정 비율 일감을 차주에게 주지 않고 운송료만 받는다면 감찰 처분도 하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 ‘화주책임강제 조항’ 필요 강조...기형적 구조 해소 목소리도
하지만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 도입이 아닌 기존 안전운임제 유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는 것은 화주에게 책임을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에 나선 것이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98%가 특수고용노동자인 한국의 화물운송산업에서 화주의 책임을 부여하는 유일한 제도였는데 반해 표준운임제는 화주책임강제 조항이 삭제됐다.
박연수 화물연대 실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안전문제의 핵심원인이 운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정부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을 안전대책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화물차주 여건개선 또한 구조적 분석과 대안이 빠졌다. 화물노동자가 쉴 수 있는 노동환경 구축이 되어야 복지사업도 실효성 있는 것인데 현재의 저운임-장시간 노동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복지사업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입제’ 개선안과 관련해서는 강제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대책은 지입전문 회사의 퇴출과 화물노동자 권리 보호라는 큰 방향성에 비해 세부적인 지점에서 우려가 존재한다”며 “운수사업자의 직영 운영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부족, 양도 금지로 인한 총량 감소 우려와 신규 운전자 유입 차단 가능성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상무는 화물운송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는 화물자동차 허가제 총량제 폐지 및 다단계 구조를 해소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물운송시장에 운임을 강제하는 형태의 규제는 도입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문제와 부작용이 수반된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표준운임제 시행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는 제도 시행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표준운임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비용 편익 비교분석도 부재한다며 제도 시행 전에 제도의 효과가 비용 대비 적절한 수준인 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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