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에 송영길 잘라낸 野...‘신속차단’ 이유는?

‘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에 송영길 잘라낸 野...‘신속차단’ 이유는?

이재명 “송영길 조기 귀국” 촉구에 당내서도 여론 거세져
현역10명 이상 연루 보도에 부담느낀 野

기사승인 2023-04-18 06:00:25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쿠키뉴스DB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두고 당 차원의 대응이나 방어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현역 10명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보도들이 잇따르자 부담을 느낀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등을 우려해 한발 빼기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분리대응을 통해 조기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17일 이번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하며 공개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조기 귀국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간 이 대표가 민생행보와 윤석열 정부의 실책 등으로 당 지지율이 오르던 상황에서 검찰발 정국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펼친 것이다. 또 송 전 대표를 압박하는 기조를 통해 겨우 봉합된 당내 갈등과 어수선한 분위기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이번 의혹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으며, 현역인 윤관석, 이성만 의원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할 돈봉투 조성을 지시하고, 300만원 담긴 봉투 10개씩을 두 차례 넘겨받아 의원실을 돌며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다. 검찰은 송영길 캠프 관계자들 먼저 조사한 후 현역 의원들을 차례대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 지도부는 당 내에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릴 것을 논의했지만 주말 사이 수사기관에 조사를 맡길 것으로 기조를 바꿨다. 당에서 자체조사를 하면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에서 이미 민주당이 셀프조사를 하게 되면 셀프면책 해주게 된다는 비난을 퍼부은 상황에서 민주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속하게 이 사안을 정리하기 위해선 당 내부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규모와 사건 성격상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한 내용으로 보이는데 당에서 조사하면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라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여당의 셀프면책 비판 자체가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방해될 것이라는 지도부의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7월 초 귀국 예정인 송 전 대표가 당 지도부의 조기 귀국 압박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당초 그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연관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당 내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가 일단 버티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현재까지로는 송영길 전 대표의 지시로 했다는 명확한 말이 나오지 않았으니 송 전 대표가 일단 버티기 작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당장 지도부에 응답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직접 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에게 한 마디도 없이 언론에서만 부인할 것이 아니라 송 전 대표가 직접 얘기를 하는 등 액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송 대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니 본인 입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쉽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겠나. 본인도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